과다재정지출 결과는 재정문제 아닌 인플레, 인플레와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
6가지 오해 지적, 한국은 선진국 사실상 독립적 재정정책 가능한 국가로 분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중 현재 매파(통화긴축파)로 분류되고 있는 고승범 위원이 최근 현대화폐이론(MMT)을 집대성한 책 ‘적자의 본질(The Deficit Myth)’에 주목하고 있어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 여당과 기획재정부가 보편지원이냐 선별지원이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데다, 한국은행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 위원이 올 초 읽었다는 이 책은 미국 상원 예산위원회 민주당 소속 수석 경제학자였고, 현재도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경제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스테파니 켈튼(Stephanie Kelton) 스토니브룩 대학교(Stony Brook University) 경제 및 공공정책 교수가 썼다. 국내 번역서는 올 2월에 초판이 나왔다.
고 위원은 이 책을 소개하면서 “MMT 이론을 6가지 오해로 설명하고 있다”며 “결국 재정당국과 중앙은행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과다 재정지출 결과는 재정문제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없다면 과다지출이 아니다라고 꼬집고 있다. 정부지출은 돈을 찍어내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결국 재정을 막 쓰자는게 아니고 잘 쓰자는 것”이라며 “중앙은행도 자연실업률, 중립실질금리, 잠재성장률 등 다 추정할 수밖에 없는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추정치를 갖고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실업률을 훨씬 더 낮출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랑에 빠지려면 사랑에 빠져봐야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인플레와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라고 소개하고 있다”며 “(이에 비춰보면) 가계부채나 자산버블 문제도 선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6가지 착각이란 △정부가 일반 가정처럼 예산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 △재정 적자가 과도한 지출의 증거라는 주장 △재정 적자가 다음 세대에 짐이 된다는 생각 △정부 적자가 민간 투자를 밀어내 장기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 △재정적자가 미국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게 만든다는 주장 △복지 제도가 우리를 장기적 재정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을 말한다.
이 책은 이를 각각 △정부는 자신이 쓰는 돈을 직접 발행한다 △과도한 지출의 증거는 인플레이션이다 △국가 부채는 재정에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는다 △재정 적자는 우리의 부와 총저축을 늘린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상품 흑자다 △정부가 자금을 대는 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금전적 여력은 항상 있다라며 일일이 반박했다.
또 이 책은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인플레가 오기 전까지는 돈을 찍어내는데 제약이 없다고 전한다. 아울러 우리나라(한국)도 독립적 재정정책이 가능한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한편, 고 위원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거쳤고, 금융위원장 추천으로 2016년 4월21일부터 한은 금통위원을 엮임 중이다. 작년 4월21일엔 한은 총재 추천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금통위원 중 연임하는 위원이 됐다. 취임 초기 비둘기파(통화완화파)로 분류됐던 그는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기도 하면서 합리적이고 유연한 금통위원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