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데뷔작 '아몬드'로 화제가 됐던 작가 손원평의 첫 소설집이다.
작품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의 작품부터 2021년 봄에 발표한 최신작까지, 작가가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가장 먼저 천착한 고민들이 오롯이 담겼다.
전셋집의 불법 월세 셰어하우스를 배경으로 부동산 계급 구조를 씁쓸한 촌극으로 풀어낸 표제작 '타인의 집'을 비롯해 근미래의 노인 수용시설 속 할머니와 이주민 '복지 파트너'의 불편하고도 아슬아슬한 우정을 다룬 SF '아리아드네 정원', '아몬드' 외전 격인 소설 '상자 속의 남자' 등 여덟 편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전작 '아몬드'의 연속성 위에서 읽을 수 있는 이 작품은 세상이 더 나쁜 곳이 되지 않도록 붙드는 것은 다름 아닌 '서로'라는 믿음이라는 것을 공유한다. 그러면서 순수한 선의와 연대의 가능성을 묻는다.
작가는 "우리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이의 행동과 생각이 같지 않으면 안 된다는 획일성의 기조가 전염병의 세상 하에 한층 더 두텁게 사람들을 잠식해가고 있는 것 같다"며 "괴물의 목표물이 되지 않는 방법은 가만히 입을 닫고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것뿐이다. 비단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뿐 아니라 누군가와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도, 홀로인 자신으로서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서도 타인을 향한 시선은 고요하게 살피는 눈길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물론 이 책은 부끄럽게도 그런 훌륭한 일을 해낼 만한 대단한 책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이 제시하는 바를 독자들이 가끔이라도 가슴에 품어준다면 나로서는 뿌듯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