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일부 국산화에 성공하고 대일 의존도를 낮추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고순도 불불화수소(에칭가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반도체·디스플레이용 감광액), 불화폴리이미드로(불소 처리한 폴리이미드 필름) 등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들의 수출 규제에 나서자, 정부는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그 결과, 소부장 100대 핵심부품의 대일의존도는 2년 새 31.4%에서 24.9%로 낮아졌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한 품목인 불화수소의 경우, 대일 수입액이 83.6% 감소했다. 다만,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은 50%, 장비·부품은 각각 20%, 0%에 그치는 등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 정부가 소부장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일부 품목에 대해선 실제로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어느 정도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면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산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 생산 등에 차질이 없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며 “정부가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했고. 불화수소 등 일부 소재는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일부 품목은 국내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등 국산 비중을 높여서 외부 리스크를 줄였다”며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국산화에 성공한 품목이 있지만, 대다수 품목이 여전히 개발 중이고 아직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소부장의 국산화가 외부의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를 갖춘 것과 같기에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는 정부·기업 차원에서 ‘협상 카드’가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생산 기반이 작더라도 일단은 국내에 갖춰 놓는다면 일종의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주력 품목이 반도체고, 반도체 생산을 위한 생태계 형성이 중요하다”며 “국산화는 외부 공급보다도 시간과 돈이 요구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같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최소한 기술력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기준으로 반도체 소부장의 국산화율은 비교적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율은 50%, 장비의 경우 20% 수준이다. 특히, 소재부문에서 반도체 노광공정용 감광제인 EUV용 첨단 소재 등은 원천기술이 없는 탓에 해외기업으로부터 구매하거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장비 부문에서는 노광공정과 이온주입 공정의 국내 기술 수준이 각각 10%, 20%이며, 특히 부품 국산화율은 0%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100%의 국산화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최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100% 국산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반도체 단가도 올라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는 등 반도체 산업에 좋을 일이 없다”며 “우리 반도체 산업의 주목적은 반도체를 만들어 파는 것이지 소재·장비를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다. 원천 기술이 없는 경우엔 차라리 외국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소부장의 국산화를 위해선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들을 위주로 투자하되,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 실장은 “모든 반도체 소부장을 국산화할 수는 없다”며 “전략적으로 우리 공급망 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국산화를 추진하되 공급망의 변화나 기술 발전을 모니터링해서 전략적으로 맞춤화된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전무도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며 “국산화 노력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보기 위해선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