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인텔, 대만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추진"…업계 2위 삼성에 악영향 전망
올해 파운드리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인텔이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합병(M&A)를 추진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된다면 인텔은 단숨에 파운드리 업계 3위로 떠오르게 된다.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의 파운드리 고도화 전략이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 시간) 인텔이 반도체 제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파운드리와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예상 인수 금액은 300억 달러(약 34조 원)로, 인텔이 진행한 역대 M&A 중 최대 규모다.
글로벌파운드리는 2008년 미국 AMD가 반도체 생산 부분을 분리하며 설립된 파운드리 회사다. AMD는 인텔의 주요 경쟁사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업계 점유율은 TSMC가 55%로 1위, 삼성전자(17%)와 글로벌파운드리(7%)가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수가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인텔은 파운드리 업계 3위로 올라서게 된다.
앞서 인텔은 올해 3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파운드리 진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이후 대규모 증설을 연달아 결정하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같은 달엔 미국 애리조나에 20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 파운드리 증설 계획을 공개했고, 뒤이어 반도체 연구·개발(R&D)를 위해 이스라엘에 6억 달러(약 6700억 원),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시설용으로 뉴멕시코주 리오랜초 생산시설에 35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인텔의 이러한 행보가 삼성전자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이번 인수를 통해 빠르게 자리 잡을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이용하던 미국 IT업체들이 삼성전자나 TSMC를 떠나 인텔에 물량을 위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인텔 파운드리 진출이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자립화’ 정책하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우려를 더 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은 거의 국책사업처럼 추진되고 있다”라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확보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므로 이렇게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의 현재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인수 거래가 성사된다 해도 5nm(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공정 시장에 곧바로 들어오기는 어렵다. 당장은 14nm 이하 제품에서 경쟁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대규모 자금력까지 보유한 인텔이 기술력 격차를 빠르게 좁힌다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압도적 1위인 TSMC와 가파른 추격을 시작한 인텔 사이에서 삼성전자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렇게 되면 2030년까지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수성 여부도 불투명해진다.
TSMC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는 투자 계획을 밝히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반면,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 상황에서 대규모 증설 계획을 쉽사리 확정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