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발자국 지우기 2050] 실무자가 말하는 국내 금융업계 ESG 경영 실상

입력 2021-07-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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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뉴노멀이 된 탄소경영:금융업계

▲임승관 KB자산운용 ESG&PI 실장(상무)이 10일 서울 여의도 KB자산운용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KB자산운용 ESG 전담부서 ESG&PI실 임승관 실장 인터뷰

국내에서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은행들이 앞다퉈 ESG 관련 상품을 출시하며 세계적인 탄소경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KB자산운용은 ESG 관련 정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주도로 발족한 태스크포스(TF)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TCFD) TF에 가입한 KB는 올해 자산운용업계 최초로 ESG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자사 ESG 관련 펀드 수탁고가 3조 원을 돌파하는 등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투데이는 KB자산운용 ESG 전담부서인 ESG&PI실 임승관 실장과 인터뷰를 하고 국내 금융업계의 ESG 경영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 문제에서 자본 문제로 옮겨가”

임 실장은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기존에는 SRI라는 사회책임투자 형태로 10년 이상의 역사가 있었다”며 “최근 들어 환경적 이슈가 가미되면서 ESG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크게는 지난해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파리기후협약이 올해 정식 시행된 부분이 있었고, 여기에 블랙록이 주주 서한을 통해 기후 관련 문제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기업들의 행동이 이어지면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또 “과거 SRI가 윤리적 책임에 집중되고 틈새시장으로 분류됐다면 이제는 역할이 자본시장 쪽으로 옮겨지면서 주류로 성장했다”며 관심 증가와 함께 기업과 사회의 책임도 구체화했다고 짚었다.

이처럼 ESG, 이 가운데 ‘E(환경)’가 중요해지면서 타격을 받게 된 분야는 석탄·석유 업종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변화가 대규모 실직을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이들 업체를 대변하는 공화당과 ESG를 강조하는 민주당 간 정치적 대립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임 실장은 “산업 구조적으로 볼 때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업종엔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지금 시점에서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전기차 시장의 경우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자체가 내연기관 부품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부품을 만들던 중소 하청업체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이유로 화력발전도 정부가 쉽게 중단할 수 없는 것”이라며 “기업들은 큰 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활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정부도 산업구조 재편 측면에서 피해기업 지원을 통한 환경 전환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렇다면 ESG 등급이 높은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게 무조건 좋은 것일까. 임 실장은 “아직 실증적인 검증이 정확하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ESG 등급이 낮은 기업의 경우 장기적인 리스크 노출이 클 수 있어 이러한 곳들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다고 말한다.

◇“업계 최초 ESG 전담부서 설립…관련 상품 수탁고 3조 원 돌파까지”

KB자산운용은 올해 업계 최초로 ESG 전담부서를 설립했다. 별도로 ESG 운용위원회를 구성했고 TCFD에도 가입했다.

임 실장은 “기존에는 대부분 주식운용본부 내 리서치 팀을 중심으로 하는 ESG 사업이 많았다”며 “사실 각 운용본부에서 ESG를 실행하는 부분이 많다”고 짚었다. 이어 “회사 자산이라는 게 주식만 있는 게 아니다 보니 KB의 경우 각 본부의 ESG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전담부서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KB자산운용은 현재 7가지 전략을 통해 ESG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중에서 문제가 되는 기업을 배제하는 ‘네거티브’ 전략과 재무와 비재무적 요소를 결합해 평가하는 ‘ESG 통합’이 대표적이다.

주력 상품으로는 △ESG 등급 B 이상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ESG성장리더스 △지속 가능한 글로벌 성장주에 압축투자(30~50개)하는 글로벌 ESG성장리더스 △ESG 중 G(지배구조)에 특화된 주주가치 포커스 등이 있다.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ESG에 집중한 만큼 성과도 뚜렷하다. 올 1분기 ESG 관련 수탁고는 연초 대비 6000억 원 이상 증가하며 3조 원을 돌파했다. KBSTAR ESG사회책임투자ETF와 KBSTAR Fn수소경제테마ETF의 순 자산도 각각 18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임 실장은 “과거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기업이 수익을 내는 게 중요했고, 이로 인해 단순 재무제표 분석과 업종 대비 밸류에이션 비교, 수익 등 재무적인 성과에 따른 의사결정이 컸다”며 “이제는 ESG와 같은 비재무적 부문을 또 다른 투자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은 큰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주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재무적 요소들을 고려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예를 들어 포스코는 특성상 탄소를 많이 배출하지만, 실제로 ESG 등급 중 ‘E’ 평가 점수는 높다”며 “기술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갖고 실행한다는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향후 이러한 노력은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협업…세계적 흐름에 동참하는 분위기 확대될 것”

금투업계의 ESG 활동은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향후 기대는 크다. 임 실장은 “현재 국내외적으로 ESG 평가를 위해 비재무 정보에 대한 기업 공시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평가와 관련해서도 특정 업종을 배제하는 방식 외에 ESG가 활발한 기업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유가증권 상장사에 대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하게 하고 2030년엔 대상 기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SG 기준이 잘 마련된 것으로 평가받는 유럽 역시 4월 NFRD(비재무 보고지침) 최종개정안을 발표하고 명칭도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로 변경해 지속가능성 보고를 재무보고와 동등한 수준으로 상향했다.

임 실장은 “국내로 보면 평가 표준을 만들고 이를 국내 기업에 적용하기 위해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운용사 한 곳에서 ESG 평가를 잘한다고 하면 그걸 따라 조직을 갖추고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 노력이 현재 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KB는 TCFD에 가입했는데, 이후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며 “회사가 신설한 전담 조직과 운용위원회 역시 타 운용사들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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