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프로그램 유포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 등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A 씨 등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악성 프로그램)을 전달·유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해 악성 프로그램을 전달·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A 씨 등은 퀵서비스 배차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일부 변경해 5회 주문 취소 시 적용되는 페널티를 받지 않게 해주는 등의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들은 한 대당 월 6만 원을 받고 사용자들에게 설치해주는 방법으로 2015년 5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총 5194회에 걸쳐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에서 A 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B 씨는 벌금 2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A 씨 등은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정보통신망법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의 의미가 불분명하고 행위에 비해 과도한 형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의미 해석을 쉽게 할 수 있다"며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유형이나 방해의 방법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면서 "방해나 위험성의 정도를 금지조항에 미리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렵고, 금지조항에 대한 합리적 해석을 통해 해결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프로그램 등의 신뢰성을 침해하려는 범죄가 증가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 조항과 같이 정당한 사유 없는 악성 프로그램의 유포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