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사각지대'서 청해부대원 90% 코로나19 확진…최초 감염자는 조리병

입력 2021-07-21 16:20수정 2021-07-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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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명 중 270명 확진, 식자재·군수품 통한 감염 추정
확진자 급증 10일간 사실상 방치
백신 접종 계획 미수립 지적에 '불가능했을 것' 변명만

▲20일 오후 충북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 해역으로 파병을 갔던 청해부대원 9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것으로 집계됐다. 최초 감염자는 조리병으로 알려지면서 식자재와 군수품을 함정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파병 부대원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은 사실상 없었고, 증상자 발생 뒤 대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최악의 방역 실패 사례로 기록됐다.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장병 301명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270명(89.7%)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부대원 중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인원은 31명에 불과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인원들은 병원과 시설에서 치료를 받게 되고, 음성 판정을 받은 31명은 경남 진해 해군시설로 이동해 14일간 격리된다.

청해부대원 중 코로나19 최초 감염자는 조리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초 증상자는 조리병으로 식자재라든가 군수품 속에 감염원이 묻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도 "34진은 9차례에 걸쳐 군수 적재를 했는데 문제가 없다가 마지막 군수 적재 이후인 2일부터 증상자가 나와 그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추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방역당국은 이 같은 추정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식품 섭취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라고 언급했다.

함정으로의 바이러스 유입은 통제가 불가능했다 하더라도 이후 확산은 결국 관리 부실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초 감기 증상자는 이달 2일 발생했다. 이후 10일까지 8일 동안 증상자는 95명까지 급증했다. 청해부대는 그제야 합동참모본부에 유선 보고했다. 합참은 이후 증상자 규모가 더 늘어난 12일 문서 보고를 통해 청해부대의 상황을 파악했다. 합참과 국방부는 최초 증상자 발생 이후 13일 만인 15일이 돼서야 승조원 전원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상자에 대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무대왕함에는 항원·항체 진단키트 중 항체 진단키트만 있었고, 간이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면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부대원들이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파병 임무 5개월간 백신 접종 계획은 아예 세워지지도 않았고, 부대원들은 '백신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유엔을 통한 백신 접종이나 군용기를 통한 백신 수송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음에도 '국내 백신 접종에 앞서 출항해 불가능했다'는 변명에 급급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부 등에서 제출받은 문건을 분석한 결과, 군 당국은 청해부대 백신 접종 계획을 아예 수립하지 않았다"며 "군이 그간 밝혀온 각종 설명도 사후에 급조한 거짓말 핑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로 귀국한 청해부대원 확진자는 22일 해외유입 확진자로 분류될 예정이며, 이에 해외유입 확진자 규모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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