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수 작년 1600회→올해 750회…“예산 증액 요청”
금융감독원의 올해 미스터리쇼핑 총 표본 수가 작년보다 반 토막 났다.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계획했던 대면 채널 미스터리쇼핑을 다 채우지 못했고, 이로 인해 예산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커진 소비자보호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올해 미스터리쇼핑의 총 표본 수는 750회로 정해졌다. 검사 대상은 △전국의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영업점 약 650회 △비대면 채널(텔레마케팅채널, 다이렉트채널) 약 100회로 계획됐다.
이는 작년에 비해 크게 준 규모다. 지난해는 총 표본 수 추정치를 1600회로 계획했고, △전국의 은행·증권사 등 영업점 약 800회 △전국의 보험상품 모집인 등 약 500회 △비대면채널(텔레마케팅채널, 다이렉트채널) 약 300회로 잡았다. 지난해 대비 표본 수는 반 이상 줄어들었고, 전국의 보험상품 모집인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금감원이 미스터리쇼핑 규모를 줄인 건 예산도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코로나 여파로 대면 채널 점검을 계획대로 못했고, 계획만큼 예산을 쓰지 못하니 올해 예산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올해 예산심사 때도 코로나 여파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내년 예산은 증액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예산은 금융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지난 2018년 금융위는 금감원 예산이 방만하다는 이유로 2년 연속 삭감한 바 있다. 금감원이 빠듯하게 예산을 측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는 금감원의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과 함께 미스터리쇼핑 역할을 확대했다. 그동안 미스터리쇼핑은 업권별 검사국이나 감독국이 조사를 맡았는데 지난해 소비자보호처의 금융상품판매감독국이 신설되면서 모든 업권에 대한 미스터리쇼핑을 총괄하게 됐다. 올해는 금융상품분석국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로 영향도 있겠지만, 지난해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만 보더라도 미스터리쇼핑의 중요도는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점검 수위를 높여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줄어든 건 소비자보호 기조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미스터리 쇼핑은 전문기관 조사 요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금융상품을 구매하면서 투자자 보호 방안 준수, 적합성 보고서 제공, 유의 상품 권유 시 확인 의무 등의 항목을 평가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금융상품 판매와 금융거래자보호 관련 정책수립 및 영향평가, 금융사의 관련 법규 준수 수준에 대한 평가, 금융거래자 보호 관련 쟁점 파악 등을 할 수 있다.
금감원은 미스터리 쇼핑 결과를 각 금융사에 통보하고 판매 관행 자체 개선 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결과를 분기별로 점검한다. 미스터리 쇼핑 결과는 금감원의 검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금감원은 미흡한 점수를 받은 금융사를 부문검사 대상으로 우선 선정하고, 위험요인이 발견될 경우 소비자 경보 발령 및 현장검사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