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들이 '백신보험' 과장 광고를 해도 금융당국은 제재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광고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당국도 제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권 안에 있는 보험사들만 압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플랫폼 광고 규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이번주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메일을 통해 백신보험 과장 광고 관련 지침을 내렸다. 생보협회는 "추가적인 소비자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재 관련 매체를 통해 시행 중인 광고는 빨리 게시 중단해달라"며 "아울러 문구를 변경해 사용하고자 하시는 경우에는 협회 관련 심의절차를 거쳐 사용해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손보협회도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보험에 대해 코로나19 백신보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과 "광고 시 아나필락시스 쇼크 담보상품의 정확한 명칭을 표기할 것"을 재차 당부했다.
플랫폼 광고에서 백신보험 명칭 사용을 금지할 것을 보험사에 당부한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과장 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우려한 금융감독원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생·손보협회를 통해 수차례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백신보험 광고는 보험사를 통해 규제했고, 보험사 역시 수용하면서 일단락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플랫폼 사업자에게 적용할 광고 규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는 보험설계사나 대리점들은 보험사 승인을 받으면 광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 등 그 외 업체들이 진행하는 광고에 대한 규제 기준은 없다. 플랫폼에서 했던 무료가입 이벤트를 빙자한 광고도 금소법에서 제재할 수 없다. 즉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되도 금융당국이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료보험처럼 보험사에 수수료, 광고비를 받지 않고 플랫폼에서 광고한 건 단체계약 맺고 회원 대상으로 백신보험을 제공하는 개념이라 제재가 어렵다"며 "플랫폼에서 백신보험이라는 보험광고는 할 수 없게 돼있지만, 그런데도 플랫폼이 백신보험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의 행위는 보험사, 보험 광고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과장 광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보험사들을 통해 제휴할 때 잘 타이르는 방법밖엔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이 빅테크들의 보험업 진출 전에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의가 늦어질수록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이번 백신보험 사례를 미루어봤을 때도, 당국의 선제적인 교통정리가 부재했고 보험사들은 광고를 진행하다가 다시 중단하는 등의 혼선을 겪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국과 협회가 함께 보험업권 전체를 아우르는 규제를 만들어 빅테크들도 규제 교집합 안에 들어올 수 있게끔 해야한다"며 "조속한 규제 도출이야말로 업계가 일원화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