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해수부 해운 운임 담합 놓고 갈등, 낀 해운사만 고통

입력 2021-07-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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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해운법 충돌, 해운업계는 과징금 2조 불똥

▲대한해운의 벌크선.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제공=대한해운)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양수산부가 해운사의 항로 운임 공동행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운임 담합이 불법이라는 입장이지만 해운법으로는 이를 허용하고 있어 해수부가 반발하는 양상이다. 이에 양 부처가 진작에 협의했더라면 일찍 끝났을 사건이 해운사만 고통을 받는 상황으로 확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공정위와 해수부에 따르면 2018년 7월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가 동남아 항로 해운사들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신고에 따라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목재업계는 해운사들이 일제히 운임회복비용(ECR)을 올려 청구했다며 운임 담합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2월 공정위는 현대상선(현 HMM),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과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를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최근 국적 선사 12개사를 포함 총 23개 해운사에 동남아노선에서 총 122회의 운임 관련 담합이 있었다며 15년간 총매출액 대비 8.5~10%를 과징금으로 확정, 심사보고서를 냈다. 이를 모두 합치면 5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한일·한중 항로에 대해서도 조사를 통해 과징금 부과 절차에 착수했다. 해운업계에서는 동남아노선의 과징금 부과 기준을 토대로 과징금이 최대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해운법에는 해운사들의 운임 등 공동행위를 허용하지만, 공정거래법상 가격 및 입찰 담합은 불법이라는 점이다. 해운법은 1978년 신설, 공정거래법은 1980년 제정됐지만, 그동안 이런 문제점이 조율되지 못한 채 유지됐다가 뒤늦게 문제가 불거진 셈이다.

공정위는 해수부가 해운법에 근거 규정이 있더라도 독자적으로 공동행위를 승인하기에 앞서 먼저 공정위와 상의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했다면 담합이 되지 않을 방법을 전달해줬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달 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수차례 공정위 측에 해운산업의 특수성, 과징금 부과 시 발생할 문제점 등에 관해 설명해 왔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특히 선사들이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면 공동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해운법에 따라 처리할 수 있도록 공정위 측에 지속해서 협조 요청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이런 관점에서 공정위와 협의를 해나가고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 부처가 옥신각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운데 낀 해운업계만 피해를 보고 있다. 해운사들은 최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조치에 법무법인을 선임하는 등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무법인 선임 등에 비용을 지출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 등은 이달 22일 해운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은 해운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양 부처가 조율하지 못하자 결국 국회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기로 한 셈이다.

해운협회는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따라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경영 여건이 열악한 대부분의 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은 도산 위기에 직면한다"면서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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