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탈 인물난ㆍ'정권 재창출' 목표 친문 분화
중립의원 "친문이었지만 이득 본 것 없어 가능성 있는 후보 관망"
더불어민주당의 단단한 주류이던 친문(문재인)이 무너지고 대선후보를 따라 각자 살 길을 찾아가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민주당은 ‘친문당’이 됐다. 집권여당의 주류가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이 되는 건 통상적인 일이다. 국민의힘도 과거 친박(박근혜)·친이(이명박)가 득세했었다. 이런 주류가 무너지는 공통된 때는 대선을 앞두고 현 대통령이 쓰러져 가는 시기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저물고 있다 하기에는 지금도 40%대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다. 친문이 와해된 이유가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적자’가 없다는 것이다.
친문은 애초 자신들의 대표로 내세울 인물들을 여럿 염두에 뒀었다. 지난해까지는 친노(노무현) 적자인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기대가 컸다. 하지만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으로 21일 최종심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며 추락했다.
친문의 분화는 적자가 사라졌다는 쐐기가 박힌 지금 친문-비문 구도가 무너진 것이다.
이는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 캠프 면면에서 나타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선캠프가 대표적이다. 19대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을 몰아붙인 탓에 친문이 득세한 상황에서 비문 중 비문이 된 이 지사지만, 현재는 친노·친문 좌장 격인 이해찬 대표가 함께 한다. 그를 따르는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5선 중진 조정식 의원은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비문으로 구분돼 온 정성호·안민석 의원도 캠프를 이끌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도 친문이던 이들이 다수 포진돼있다. 5선 중진 설훈 의원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걸 필두로 박광온·최인호 의원, 또 현 정부 청와대 출신인 윤영찬·정태호 의원도 참여하고 있다. 비문인 신경민 전 의원도 선대위 부위원장 중책을 맡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캠프 또한 친문으로는 이해찬 대표체제 민주연구원장이던 3선 김민석 의원과 김영주 의원이 이끄는 한편 비문이던 이원욱·안규백 의원도 중책을 맡고 있다.
친문이 득세하였을 때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기에 굳이 따지면 친문이라 여겨지는 초선 의원들도 여러 캠프로 갈라졌다.
김 지사라는 적자를 잃었다지만 단합력을 자랑하던 친문이 이처럼 솔밭처럼 갈라진 이유는 무얼까. 참여 캠프와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꼽는 건 ‘정권재창출’이다.
이재명 캠프의 한 의원은 “사실 (경선후보인) 박용진 의원과 친해 도우려 했었다”며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하고 어려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는 이 지사밖에 없다고 생각해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낙연 캠프의 한 의원은 “정 전 총리와 각별한 사이라 마주치면 불편할 걸 알면서도 이 전 대표를 돕기로 했다”며 “안정적인 대선 승리를 위해선 이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세균 캠프의 한 초선 의원은 “이재명·이낙연·정세균 캠프 모두에서 제의를 받았지만 대통령이 될 만한 능력이 누가 제일 출중한지를 나름 판단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줄 서기를 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 어느 캠프에도 속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 또한 가장 관심 있게 보는 건 ‘당선가능성’이다.
중립인 한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매우 비판적이다. 하지만 이길 만한 후보가 이 지사뿐이라면 대선후보가 된 후에 바꿔야 할 점을 직접 간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친문이었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딱히 얻은 이득이 없다. 그런 점에서 관망하며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누군지 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의원들의 이합집산뿐 아니라 당원들이 경선에서 누구를 선택할지도 당선가능성에 달렸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 4선 중진 의원은 “김 지사 판결로 마음을 못 정한 친노·친문 지지층이 어디로 갈까 이런 분석을 많이 하는데, 사실 이제는 친문이라는 개념은 의미가 없고 경선후보들 중 누가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만 남았다”며 “민주당원이라면 과거에 누구를 지지했든 상관없이 당장 코앞인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살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