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기습·TSMC의 공습… 날아가는 삼성 반도체 경쟁사

입력 2021-07-27 13:16수정 2021-07-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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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퀄컴 고객사 확보… ASML과 전략적 협업
TSMC, 유럽 내 생산 기지 검토

▲팻 겔싱어 인텔 CEO가 26일(현지시간) 인텔의 향후 공정 및 패키징 기술 로드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텔코리아)

인텔과 TSMC가 파운드리(칩 위탁생산) 분야에서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올 초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2025년까지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며, 기존 시장을 뒤흔들 계획이다. 업계 1위 TSMC는 유럽 내 첫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선다.

다만 2위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 속에 투자가 지연되고 있어, 파운드리 시장에서 험난한 항해가 예상된다.

인텔, 20225년 로드맵 공개… 미세공정명도 바꿨다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간) 웹캐스팅을 통해 '인텔 액셀러레이티드'라는 주제로 차세대 공정·패키징 관련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날 인텔이 발표한 미세공정 계획은 지금껏 공개한 계획 중 가장 상세하다.

퀄컴과 아마존을 파운드리 고객사로 확보하고, ASML의 차세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확보에 성공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특히 미세공정명 변경을 발표하며, 삼성전자와 TSMC 등 기존 강자를 저격했다.

먼저 인텔은 파운드리 업체들이 공정명에 붙이는 '5nm(1나노미터=10억분의 1m)' '7nm' 같은 선폭(트랜지스터 게이트의 폭) 숫자에 대해 "업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폭이 과거엔 칩의 전력과 성능,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좋은 지표였지만, 약 20년 전부터 밀도, 전력 효율성, 성능은 각각 독립적으로 방향을 잡고 발전했기 때문에 선폭만으로 성능을 나타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상무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텔코리아)

나승주 인텔코리아 상무 역시 27일 오전 '인텔 전략 발표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나노미터는 자동차 모델 번호처럼 마케팅 용어이고, 실제 7나노 등 기술 구현과 혼동하면 안 된다"며 "고객 측면에서 혼란스러워 나노미터 용어를 빼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인텔7' '인텔4', '인텔3', '인텔 20A', 인텔 18A' 같은 자사만의 용어를 통해 공정 기술의 개선을 알릴 계획이다. 인텔7은 현재 인텔이 양산 중인 10nm 슈퍼핀 공정의 업그레이드 버전, 인텔4는 과거 인텔의 7nm로 불렸던 공정이다.

경쟁사보다 기술력에서 뒤처져 있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인텔의 기술 로드맵은 공격적이다. 2024년에는 2나노 수준인 '20A'를 생산하고, 이어 2025년에는 인텔18A를 양산할 계획이다. 18A는 1.8나노 수준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 2위인 삼성전자는 2023년 3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인텔은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EUV(극자외선) 장비인 ‘하이엔에이(High NA) EUV’를 가장 먼저 도입한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팻 갤싱어 CEO는 "인텔은 현재 단계의 EUV 수준을 뛰어 넘는 혁신을 위해 ASML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텔은 퀄컴과 아마존을 새 고객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첫 주요 고객이 된 퀄컴은 칩의 소비 전력 절감을 위해 새로운 트랜지스터 기술을 적용한 '20A' 칩 제조 공정을 활용할 예정이다.

인텔은 패키징(후공정) 기술 개선에도 주력한다. 패키징은 웨이퍼 상의 반도체를 자르고 전기선을 연결해 전자기기에 붙일 수 있게 가공하는 공정이다. 반도체 제조 기술이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칩의 효율성을 높이는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인텔은 '포베로스 옴니', '포베로스 다이렉트'라고 이름 붙인 첨단 패키징 기술을 2023년 이후 양산에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일본 공장 설립 검토하는 1위 TSMC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 본사 로고. 신주/로이터연합뉴스

세계 1위 TSMC도 최근 독일과 일본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류더인 TSMC 회장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독일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검토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TSMC는 특히 독일 당국과 고객사 간 비용 분담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에는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설명회를 통해 일본 내 파운드리 공장 건설 가능성과 관련해 "배제하지 않는다. 투자 리스크를 조사 중"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앞으로 고객 수요에 근거해 이를 최종 판단할 것"이라며 "전 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은 연말까지 계속되고 내년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TSMC는 올해 초 2024년까지 파운드리 설비에 총 1280억 달러(약 147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360억 달러(약 41조 원) 규모의 2나노급 신공장 건설에도 착수했다.

TSMC는 자사 공장을 자국 내로 유치하길 원하는 고객 또는 정부 당국과 비용을 분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TSMC는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한 각국 정부 및 주요 기업과 협상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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