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한국, 대만이라 불러줘 감사"…'호부호형' 못하는 대만, 이유는

입력 2021-07-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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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네티즌 "한국, 대만이라 불러줘 감사"
하나의 중국 원칙 때문에 '차이니스 타이페이'
국기 청천백일기 사용 못 해…국가도 못 틀어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시상식에서 한국, 대만, 일본 선수들이 메달 세리머니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26일 한국과 대만의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 이후 한국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대만 선수들’이 떴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는 이용자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를 보여주는 기능이다. 대만이 한국과의 경기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면서 한국 네티즌들이 트위터에서 '대만선수들'을 많이 언급했고, 이에 실시간 트렌드 키워드로 뜬 것이다.

이를 본 한 대만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에서 ‘대만 선수들’이 실시간 트렌드다"라며 "모두가 우리를 대만이라고 부르는데, 언제쯤 우리 스스로 대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트윗은 대만과 한국 양국에서 관심을 끌며 7400여 회 리트윗됐다. 대만 선수들이 올림픽에 자국 국기를 들고 오지 못해 안타깝다는 내용의 트윗도 1만7400여 회 리트윗되며 많은 공감을 샀다.

▲한 대만 네티즌이 한국의 트위터 트렌드에 '대만 선수들'이 뜬 걸 두고 "모두가 우리를 대만이라고 부른다. 언제쯤 우리 스스로 대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출처=트위터 캡처)

대만은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건 중국 때문이다. 또 대만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국기인 청천백일기 대신 대만 올림픽 위원회기를 사용하며, 대만 선수가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낼 경우 국가도 틀지 못한다.

앞서 중국은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NHK 앵커가 대만 선수 입장 시 '타이완'(たいわん·대만)이라고 말해 노골적으로 불만으로 드러낸 바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동도 용납할 수 없다"며 "올림픽은 성스러운 무대로 모든 더러운 속임수를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23일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대만 선수들이 대만 올림픽 위원회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대만은 UN 설립 당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초대됐으나, 중국이 국제 외교 무대에 등장하면서 1971년 축출됐다. 대만이 가졌던 UN 회원국과 상임이사국 지위는 중국이 이어받았다.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국제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중국은 타 국가와 수교할 때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걸며 대만과 단교를 요구했다.

대만이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자국의 이름으로 나서지 못한 건 1976년 제21회 몬트리올 올림픽부터였다. 올림픽이 2달을 앞으로 다가온 그해 5월, 캐나다는 대만 측에 그간 써왔던 국호인 '중화민국'(The republic of China)를 쓸 수 없다고 통보했다. 대만은 이를 무시하고 선수단을 파견한 뒤 결정을 뒤집으라고 요구했으나 결국 개막식을 4일 앞두고 올림픽에 불참했다.

▲2008년 10월 25일 사진에는 대만 타이페이에서 시민들이 중국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집회를 열고 있다. (AP/뉴시스)

대만이 국제무대에서 차이니스 타이베이란 명칭을 쓴 건 1981년부터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집하던 중국과 중화민국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던 대만이 나름대로 타협한 명칭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민주화 이후 대만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인보다는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화되며, 이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호를 바꾸자는 이른바 '정명'(正名) 운동이다.

정명 운동은 2000년대 들어 급물살을 타며 사회 각 분야로 퍼져나갔다. 사회 곳곳에서 중국의 정체성 나타내는 이름을 지우고 '대만'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거다.2006년 장제스 국제공항은 '타이완타오위안'(臺灣桃園) 국제공항으로 이름을 바꿨고, 이듬해 '중화우체국'(中華郵政)은 '대만우체국'(臺灣郵政)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2018년 대만에서는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쓸 국호를 대만으로 변경하는 안을 두고 국민 투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부결이었다. 이를 두고 당시 대만 국민들이 양안 관계 긴장보다는 사회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IOC가 대만으로 이름을 바꿀 경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고 세 차례 경고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해 10월 10일 타이페이에서 열린 대만 국경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타이페이/AP뉴시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통해 사회 안정을 추구하던 대만인들 사이에서 변화의 바람이 분 건 홍콩 사태 이후다.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사실상 일국양제가 무너지면서, 대만인들 사이에서는 대만도 홍콩처럼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위기감은 탈중국 노선을 걷고 있는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차이잉원 총통에게 힘을 실어줬다. 2018년 국민투표 당시만 해도 선거에서 참패했던 민진당과 차이잉원 총통은 2019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민진당이 집권하면서 양안 관계는 더 나빠졌고, 얼마 전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대만과의 통일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미국은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할 뜻은 없다면서도 무력에 의한 통일 시도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안 관계가 격랑 속에 빠진 가운데, 최근 양국은 자연재해를 계기로 조심스럽게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이 중국 허난성에서 발생한 수해에 위로 메시지를 보냈고, 중국 정부가 여기에 감사 인사를 표한 것이다. 중국의 대만 관련 업무 담당 기관인 대만사무국은 22일 "대만의 관련 당사자들과 각계 인사들이 다양한 형태로 재난 피해 지역에 대한 우려와 애도를 표한 것에 감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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