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P2P 내일을 말하다' 인터뷰
“1.5금융의 시대가 열렸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P2P) 등록을 마친 8퍼센트, 렌딧, 피플펀드, 윙크스톤파트너스 등 4곳의 온투업체 대표들은 이 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온투법이 P2P 시장을 키우는 데 마중물이 될 것으로 봤다.
22~23일 전화와 서면을 통해 만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김성준 렌딧 대표,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권오형 윙크스톤파트너스 대표는 P2P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효진 대표는 “업계로서는 부담스러운 내용도 많지만 전향적이며 금융 혁신의 기반을 마련해준 것이 온투법”이라며 “기존에 제한돼 있던 금융기관의 P2P 투자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간의 P2P는 P2P 업체가 플랫폼 형태로 존재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자회사인 P2P 연계대부업체가 차주에게 대출을 내주는 형태였다. 이때만 해도 P2P 업체는 금융사로 규정되지 않았기에 금융당국은 자회사이자 금융사인 P2P 연계대부업체만 감독해왔다. 지난해 생긴 온투법은 P2P 업체를 금융사로 규정했다. P2P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게 된 것이다.
온투법은 P2P 업체에 예치금을 분리해 보관토록 하고 공시의무를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표들은 온투법으로 무거워진 책임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도 보고 있다. 온투법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대출 상품 투자가 가능하게 됐고, P2P 투자 수익에 부과되던 이자소득세율은 27.5%에서 15.4%로 낮아졌다. 권오형 대표는 “금융기관이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온투업 상품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 수익이 내려가 투자자의 실질 수익률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며 “세율 인하가 투자자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성준 대표는 창업하던 2015년부터 P2P 업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사업 특성상 고객의 돈을 다루는 P2P 업체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통찰은 ‘규제가 혁신의 장애물’이라는 통념과 반대됐다. 김성준 대표는 “(온투법으로) 예전보다 신뢰할 수 있는 회사가 등장할 것”이라며 법의 공백으로 혼탁하게 성장하던 P2P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윤 대표 역시 “엄격한 법적 규제를 적용받아 소비자들이 더 안심하고 온투금융사(P2P)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정식으로 등록된 P2P를 중심으로 더 건강한 시장 환경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관 투자가 가능해지고 이자소득세율이 낮아지면서 P2P 업체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체들은 이 기회를 활용해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대윤 대표는 “국내 시장 대기 수요가 큰 중금리 대출 공급을 크게 확대하기 위해서는 투자금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며 “P2P에 대규모 상품 투자가 이뤄지면 중금리 대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신용자는 시중은행에서 3~4%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1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저신용자는 2금융권으로 밀려 20%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4~20% 구간에서 대출을 실행해주는 기관이 없다시피 해 금리 사각지대가 컸던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 구간에서 중금리로 대출을 실행하는 P2P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크다. 4개 업체의 평균 대출 금리는 10% 초반대다. 대표들은 중금리 대출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효진 대표는 “온투업이 등장한 것은 금리 절벽 해소의 가능성 때문”이라며 “중금리 대출에 대한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체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돈을 중금리로 내주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대출의 회수다. 차주가 빌린 돈을 제때 갚을 수 있는지 정상 차주인지 예측하고 대출을 내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업체들은 데이터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효진 대표는 8퍼센트의 데이터 경쟁력을 자신했다. 그는 “현재 27조 원 규모의 대출 신청 자금에서 추출한 데이터가 확보됐다”며 “매월 수천 개의 투자 상품을 제공해 기존 금융기관을 뛰어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렌딧은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김성준 대표는 “렌딧은 머신러닝 방식을 쓰고 있다”며 “이 방식은 (차주의) 월별 소비를 다 반영해 향후 (차주의 지출) 추이를 보는 데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가령 차주 월 200만 원을 꾸준히 A씨와 연 1200만 원을 써 월평균 200만 원을 썼지만 사용액이 월별로 일정하지 않고 변동 폭이 큰 B씨가 있다면, 렌딧은 B씨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 리스크가 큰 차주라고 분류하는 것이다. 차주의 소비 패턴을 세분화해 들여다보는 것이 렌딧의 특징이다.
피플펀드는 지난 5년간 중저신용자 대출로 자체 중금리 CSS 모델을 만들었다. 현재까지 3번의 고도화 과정을 거쳤다. 김대윤 대표는 “AI 기술을 접목해 더 나은 CSS를 만들기 위해 현재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CSS 개발에 12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데이터 전문가가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피플펀드는 지난 4월 AI 기술 연구소를 설립해 CSS 고도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윙크스톤파트너스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낮은 리스크를 가진 차주들에 집중하고 있다. 권오형 대표는 “기존 금융권이 대출을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리스크가 낮은 영역을 발굴해 그쪽에 대출을 공급하는 것이 전략”이라며 “그 영역이 한국에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현재 윙크스톤파트너스의 연체율은 0%다. 그는 “현재 금융의 사각지대를 찾아 상품을 공급하고 투자자에게는 낮은 리스크 대비 높은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투자처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온투업체 대표들은 8월 이후 부실업체가 걸러진 이후 한 층 더 믿을 만한 P2P 업계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음 달 27일은 온투법 유예 기간이 끝나는 날이다. 권오형 대표는 “P2P와 이커머스의 다른 점은 쉽고, 편리하고, 빠르게만 거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이커머스는 상품을 반품할 수 있지만 금융 상품은 잘못 투자하면 반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P2P 업체의 시장 신뢰를 위해 중시하는 것은 임직원의 도덕성이다. 권오형 대표는 “회사 내부적으로 당장의 이익보다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내부통제규제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윙크스톤파트너스는 이달 말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김성준 대표는 추가로 협회 차원에서 공시 기준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P2P가 문제가 됐던 게 (실상은 그렇지 않음에도) 부실률이 0%라고 공시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공시할 때 어떤 기준으로 할까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분모와 분자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값을 과대 또는 축소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그는 “우리 업체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협회 차원에서 공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때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대윤 대표는 “금융 소비자를 위한 엄격한 법적 규제를 적용받아 소비자들이 더 안심하고 온투금융사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라며 “대출자의 효용과 투자자의 효용을 최대한 높은 곳에서 만나게 해주는 것이 온투업자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효진 대표 역시 “시장 자정 작용이 강화돼 투자자 보호가 한층 강화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P2P는 금리 절벽을 해소하는 금융 사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