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부활하는 토지 공개념…위헌 논란 넘어설 수 있을까

입력 2021-07-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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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인천 계양지구 전경. (뉴시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토지 공개념'이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부동산 정책 해법으로 토지 공개념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토지 공개념이 현행 헌법에 어긋난다는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거셉니다. 토지 공개념이 뭐기에 논쟁거리가 되는 걸까요?

토지 공개념은 토지는 사유 자산이면서 공적 자산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개인이 무제한적으로 토지를 소유하거나 처분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지죠.

일반적으로 미국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에게서 '토지 공개념'의 뿌리를 찾습니다. 그는 토지 사유는 인정하되 토지 가치 상승으로 발생하는 사익(지대)은 모두 세금으로 걷자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세금을 없애는 대신 지대를 몰수해 불평등 해소에 쓰기 위해섭니다.

박정희·노태우 정권이 도입한 토지 공개념

한국에서 토지 공개념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는 권위주의·보수 정권에서 시작됐습니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7년 신형식 건설부(국토교통부의 전신) 장관은 "토지의 사유개념은 시정돼야 한다. 건설부는 토지의 공개념에 입각한 각종 토지정책을 입안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남아 있는 토지거래허가제(일정 면적을 넘는 토지를 살 때는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게 하는 제도) 등이 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학계에선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2조-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 제122조에도 토지 공개념 정신을 담았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출처=e영상역사관)

노태우 정부에선 아예 토지 공개념 3법이라 불리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택지소유 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가 그것입니다. 노태우 정부는 당신 극심했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기 위해 이들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택지소유 상한제에선 660㎡(서울·광역시)~1320㎡(읍·면 도시계획구역)가 넘는 택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기업에 높은 세금을 매기도록 했습니다. 토지초과이득세는 유휴토지의 가치가 상승하면 그 상승분의 30~50%를 세금으로 걷는 제도입니다. 개발이익환수제론 토지 개발 사업으로 생긴 개발 이익의 최대 절반을 개발부담금으로 거둬갔습니다.

토지 공개념은 이내 저항을 맞았습니다. 토지 보유자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가장 먼저 토지초과이득세가 1994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헌재는 실현하지 않은 소득에 세금을 걷는 건 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택지소유상한제도 1998년 외환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폐지됐습니다. 헌재는 1999년 뒤늦게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의 협소한 국토 현실과 공익목적상 택지의 소유상한을 정하는 것 자체는 합헌"이라면서도 "소유 상한으로 정한 200평(660㎡)은 너무 적은 면적인 데다 일률적으로 이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은 헌법상 국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개발이익환수제는 아직 남아 있지만, 환수 비율이 50%에 25%로 낮아졌습니다.

이후 토지 공개념은 때때로 부동산 문제 해법으로 등장했지만 완전한 부활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랬던 토지 공개념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여야 대선주자들 입에서 말이죠.

이낙연, 토지 공개념 3법 부활…김동연 "시장 친화적 토지 공개념 도입 필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추미애 전(前) 법무부 장관은 아예 토지 공개념 개헌을 공약 1호로 내걸었습니다. 추 전 장관은 토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보유세를 개편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주택 중심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국토보유세로 전환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헨리 조지가 말한 세금과 유사한가요? 추 전 장관은 민주당 장관을 지내던 2018년에도 "모든 불평등과 양극화의 원천인 고삐 풀린 지대를 그대로 두고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거 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당 이낙연 전 대표는 토지 공개념 3법 부활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15일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습니다. 수도권·광역시에서 1인당 1320㎡ 이상 택지를 못 갖게 하는 게 핵심입니다. 5년 이상 실거주하면 2000㎡로 소유 상한을 늘려주도록 하는 규정도 넣었습니다.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의원은 토지 가치가 전국 평균보다 많이 오른 유휴토지에 종부세를 가산 과세하도록 종부세법 개정안도 함께 내놨습니다. 사실상 토지초과이득세의 부활입니다. 그는 개발부담금 환수율도 다시 50%로 올리는 것도 추진 중입니다.

야권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사람 가운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토지 공개념에 우호적입니다. 김 전 부총리는 최근 쓴 책 '대한민국 금기깨기'에서 "아파트나 건물 가격은 깔고 앉은 토지에 의해 좌우된다. 문제의 본질은 사회적 요인으로 오른 토지가치의 불로소득 귀속에 있다"며 "토지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시장 친화적 토지 공개념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세균 "세금 올리고 규제 늘면 토지 가격만 올라"
토지 공개념에 대한 반대는 여전합니다. 가장 큰 장벽은 30여 년 전 토지 공개념 3법이 넘지 못했던 위헌 시비를 돌파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를 위해선 토지 공개념이 시장경제와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합니다.

토지 공개념 효과를 둘러싼 의문도 풀어줘야 합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총리는 30일 "세금을 올리고 규제가 늘어나면 토지가 매물로 나오는 게 아니라 가격만 올라간다. 민간택지 품귀로 이어져 민간 분양주택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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