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마른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이달 달랑 726가구 분양

입력 2021-08-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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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내부 갈등에 공급 감소 심화
매수 심리 자극 우려

▲서울 주택시장에서 공급 가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주택시장에서 공급 가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선 통상 사업 지연이 비일비재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셈법이 복잡해진 조합들이 분양 일정을 거듭 미루면서 서울 분양시장은 사실상 공급 절벽 상태에 놓였다.

3일 부동산114와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서울에서 분양됐거나 분양을 앞두고 있는 민간 아파트는 모두 13곳 5460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4895가구가 분양시장에 나왔던 것과 비하면 2만 가구 가까이 급감했다.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강동구 강일고덕지구 'e편한세상 강일어반브릿지'(593가구)와 서초구 방배동 '방배신성빌라재건축'(90가구), 관악구 신림스카이(43가구) 등 726가구에 불과하다. 통계상 내달부터 올해 말까지 3만5573가구(34개 단지)가 분양을 앞두고 있지만 이 역시 예정된 분양 일정을 제때 소화할 지는 미지수다.

규제+내부 갈등에...새 아파트 공급 감소 심화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이 이토록 마른수건 물 짜듯 겨우 나오는 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지별 내부 갈등에다 인허가 절차 문제, 분양가상한제 같은 규제 등으로 공급 속도를 못내고 있어서다.

3000가구에 육박하는 공급 규모로 올해 강북권 분양 단지 중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동대문구 이문1구역(2904가구)은 지난해부터 줄곧 분양 예정 단지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사업시행변경 인가 등 행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일반분양 일정도 계속 늦춰지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변경 등과 관련한 조합원 총회 개최, 조합원 동호수 추첨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실제 분양 시기는 연말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성북구 장위10구역(2004가구)은 이미 이주를 마쳤지만 구역 내 종교시설과의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다 최근 철거가 마무리되던 시점에 건설현장 내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사업이 또다시 정체 상태에 놓였다. 올해 6월 분양이 점쳐졌던 장위10구역은 연내 분양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당초 8월 분양할 것으로 예상됐던 은평구 대조1구역(1971가구)은 착공을 앞두고 있지만 지난 5월 조합장 해임 총회 이후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장 자리가 공석인 데다 조합 집행부과 비대위 간 법적 소송까지 벌어져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1만2032가구)는 일반분양가 책정 문제로 아직까지 분양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 (4841가구) 물량만 5000가구에 육박해 서울 분양 가뭄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연내 분양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올해 9월 분양시장에 나올 것으로 관측됐던 송파구 문정동 재건축 단지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1265가구)은 내년 공시가격 재산정 발표 후 분양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공급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씨마른 분양시장...기존 주택시장 자극"

통상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조합 내 이견과 행정 절차 지연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기 일쑤다. 문제는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각 조합들이 분양을 서두르지 않아 공급이 더 지체되고 있다고 점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조합 입장에선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수익이 줄면 사업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주택 공급 지연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분양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수요자들의 기존 주택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의 분양가 통제 등 시장을 옥죄는 규제들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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