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케챂'ㆍ롯데칠성 '칠성사이다' 등 맛과 품질 내세워 한국인 입맛 선점
국내에서 글로벌 식품 브랜드가 토종 브랜드의 기세에 맥을 못추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제품들도 국내 시장에서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키는 토종 브랜드에 밀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일부 카테고리에선 한국이 '글로벌 식품브랜드의 무덤'이란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자본을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선점한 점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식품브랜드로 토종브랜드에 밀리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사이다가 꼽힌다. 코카콜라사의 '스프라이트'는 글로벌 사이다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국내에선 롯데칠성의 칠성사이다 아성을 깨지 못하고 있다. 올해로 출시 71년을 맞은 칠성사이다는 국내 사이다 시장에서 약 70%에 이르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건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저칼로리 관련 제품을 쏟아냈다. 롯데칠성은 그간 단종됐던 '펩시 제로슈거'와 함께 '칠성사이다제로'를 올 1월말 부활시키며 건강음료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뒤이어 스프라이트도 ‘스프라이트 제로’를 국내에 출시하며 칠성사이다 제로를 추격하고 있지만 트렌드, 점유율 면에서 밀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칠성사이다 제로’는 출시 100일 만에 누적 판매량 3500만 개(250㎖ 캔 환산 기준)를 돌파했다.
국내 플레인 탄산수 부문에서도 글로벌 식품기업 1등 '네슬레'가 일화나 롯데칠성에 뒤지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가향 생수를 제외한 국내 탄산수 브랜드 부문에서 일화 초정탄산수, 롯데칠성의 트레비가 각각 30.9%, 29.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 2위 선두를 달리는 반면 네슬레의 페리에는 2.1%로 저조한 수준이다.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은 '오뚜기 케챂'은 글로벌 케첩 시장 1등 크래프트하인즈를 국내에서 가뿐히 따돌리고 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글로벌 케첩 시장 점유율 31%(유로모니터 집계ㆍ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1등 브랜드지만 국내 '오뚜기 케챂'의 점유율 70%에 한참 밀리는 24.1%에 그친다. 오뚜기 케챂은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누적 약 141만 톤이 팔려 300g 튜브형 제품으로 환산시 약 47억 개에 달한다.
오뚜기 케챂의 압도적인 점유율은 한국인 입맛에 최적화된 맛이 주효했다. 김치, 장류 등 발효식품이 발달한 우리 식문화를 감안해 토마토를 오래 졸여 액체 상태로 만든 토마토 페이스트에 물엿, 설탕 등을 첨가해 단맛을 강조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았다.
햄버거 시장도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매장 수로 롯데GRS의 롯데리아, 후발주자로 매섭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맘스터치'가 올 1분기 기준 각각 1333개, 1338개로 1위 추격전이 펼쳐지고 있다. 매장 수로는 맥도날드, 버거킹 등 글로벌 브랜드가 한참 모자란다. 특히 '맘스터치'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63억 원, 234억 원을 기록하며 2019년 대비 39%, 81% 늘어 주요 햄버거 업체 중 유일하게 외형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도 이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식품업계에서 한국은 유독 보수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오랫동안 한국인 입맛을 장악해온 국내 토종 브랜드 장벽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어떤 제품을 출시하기 전 중국, 일본 등에 미리 테스트하는 게 관례가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