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올림픽 한 번에 몇 년간의 노력을 쏟는다. 특히 이번 2020 도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1년 연기되며 선수들의 고생이 더해졌다.
양궁 대표팀의 경우 2020년에 맞춰 국가대표팀을 선발했으나 2021년에 치러지는 대회에 맞춰 대표팀을 새로 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회는 선수들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매 경기 진심으로 임한다. 시상식 등에서 선수들이 눈물을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모든 눈물의 의미가 같지는 않다. 좋은 성적을 내며 기쁜 마음의 흘리는 눈물도 있는 반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진한 아쉬움에 흐르는 눈물도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은 어떤 눈물을 흘렸을까.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에서는 3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한국이 딴 금메달 6개 중 3개를 책임진 안산(20·광주여대)이 흘린 눈물이 가장 대표적이다.
안산은 이번 대회에서 양궁 혼성전, 여자 단체전,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을 달성했다.
금메달을 두 개 따낼 때까지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안산은 개인전 금메달 시상대에 올라 꾹 참아왔던 눈물을 보였다.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는 안도감, 대회 중 겪었던 경기와 무관한 논란 등 다양한 감정이 북받치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여자 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여서정도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렸다.
여서정은 1일 열린 여자 기계체조 뜀틀 결선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서정(난도 6.2)’ 기술을 성공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여홍철에 이어 여서정까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서정은 동메달을 따낸 뒤 인터뷰에서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동안 너무 응원 많이 해주고 기다려줘서 고맙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지켜봐 달라”고 말하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올림픽 축구 대표팀에서 빠른 속도로 상대편 측면을 공략했던 이동준(24·울산 현대)은 8강 멕시코전에서 패한 뒤 눈물을 흘렸다.
이동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2경기 루마니아전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러즈만 마린의 자책골을 유도하고, 3경기 온두라스전에서는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상대의 퇴장을 유도하는 등 맹활약했다.
그러나 축구 대표팀은 멕시코전에서 6골이나 내주는 등 수비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경기에 패했고, 이동준은 잔디 위에서부터 눈물을 흘렸다.
이동준은 인터뷰에서 “길게는 3년이라는 시간을 준비했다. 힘든 과정을 다 이겨내면서 8강까지 왔는데 목표했던 모습을 못 보여줘 너무 아쉽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수현(25·인천시청)은 심판 판정의 희생양이 되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1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역도 여자 76kg급에 출전한 김수현은 용상 2차 시기에서 140kg을 번쩍 들어 올렸다. 김수현의 140kg이 성공으로 인정됐다면 인상 106kg에 더해 총 246kg을 들어, 245kg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낸 아레미 푸엔테스(멕시코)를 꺾고 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그러나 판정이 아쉬웠다. 김수현은 “포기하지 마”를 외치며 2차 시기에 나섰다. 그러나 심판 3명 중 2명이 실패를 의미하는 빨간 버튼을 눌렀다. 김수현은 온몸으로 억울함을 표현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김수현은 용상 3차 시기에서 140kg에 다시 도전했지만 바벨이 뒤로 넘어가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김수현은 경기 종료 후 30분이 지나서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섰다. 두 눈은 벌겋게 부어있었지만 “이제 첫 올림픽이었을 뿐”이라며 “두 번째 세 번째 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기쁨과 미안함이 뒤섞인 눈물이 흘렀다.
한국팀 간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김소영(29·인천국제공항)·공희용(25·전북은행) 조는 이소희·신승찬(이상 27·인천국제공항) 조를 세트스코어 2대 0으로 꺾고 동메달을 따냈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짧은 함성을 내지른 김소영·공희용 조는 네트를 넘어가 이소희·신승찬 조와 따뜻하게 포옹했다.
동메달을 딴 김소영은 경기장을 나서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소영은 믹스트존에서 “서로 얼마나 힘들게 연습해왔는지 알기 때문에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며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아쉽게 4위를 차지한 이소희·신승찬 조는 인터뷰에서 “저희 때문에 기뻐하지 못하는 모습이 미안하다”며 “(기쁨을)충분히 누리셨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철인처럼 경기장을 누비던 모습과 달리 선수들이 흘리는 모습에서는 선수들의 ‘인간미(美)’가 느껴진다.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올림픽에서 또 어떤 눈물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