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희 금융부 기자
새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대표가 각각 내정됐다는 소식에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뒷말이 흐려졌다. 5일 정부 개각 발표 후 통화한 금융권 관계자 얘기다.
사실 최근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은 기관장 타이틀이 무색하게 외면받았다. 명패를 달면 쓴 소리만 듣는 자리라는 인식도 생겼다. 가계부채, 가상화폐, 사모펀드 사태 등 민감한 사안들이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이 금융당국 수장으로 왔을 때 기대하는 점과 우려하는 점은 한 끗 차이다. 정부의 메시지를 정책과 시장에 어떻게 접목하느냐에서 판가름 난다.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정부 지침을 그대로 수용하면 그때부터가 문제다. 이 관계자도 그 부분을 우려했다. “이분들의 훌륭한 능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쓰이면 안 되는데, 잘못된 지시를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새 금융당국 수장들이 개혁보다 금융시장·조직 안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금감원은 감독·검사에 대한 마인드세팅이 필요하다.
얼마 후면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된다. 보통 10월에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 남지 않았다. 당장 두 달여 후에 국감장 증인석에 서야 할 판이다. “국정감사를 실시함에 있어 기관장으로서 성실하게 감사를 받을 것이다.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는 증인선서문도 낭독해야 한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수장 자리를 맡았을 때에는 권한과 책임이 동시에 따른다. ‘바이러스 쇼크’ 시대, 가상화폐 시대를 맞닥뜨린 금융소비자, 금융회사들은 경험하지 못했던 환경에 당황하고 있다.
집권 말기의 정부는 조급할 것이다. 통계상으로라도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와 시장의 현실은 그 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
화려한 포장보다 내용물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새 금융당국 수장들에게 바란다면 정부나 국회가 화려한 포장지로 현실을 감추려고 할 때 취약 금융소비자를 비롯한 현장의 아우성에 더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