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아닌 가격조정” 무인양품, 가격 내린다…왜?

입력 2021-08-06 10:39수정 2021-08-0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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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팬에 라이벌 ‘자주’는 급성장…무인양품, 대대적 ‘가격조정’으로 반격
불매운동 여파 2년 연속 ‘적자’…일시적 ‘할인’ 아닌 ‘가격인하’ 카드 꺼내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무인양품 매장 (박미선 기자 only@)

무인양품이 생활용품 가격을 대대적으로 인하하기로 해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일본 불매 운동에 고객 발걸음이 줄면서 매출이 반토막나자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인양품은 올 가을·겨울 시즌에 걸쳐 ‘더 좋은 가격, 늘 좋은 가격’을 테마로 의복과 잡화 40개 시리즈, 생활잡화 75개 시리즈, 식품 4개 시리즈 등 의식주 기본용품 위주의 총 825개 제품 가격을 하향 조정한다고 6일 밝혔다.

대표 상품은 △깃털 베개(1만4900원→9900원) △면 파일 보들보들한 페이스 타월 오프(9900원→4900원) △남녀 인도면 저지 티셔츠(1만1900원→9900원) △남녀 워싱 옥스포드 버튼다운 셔츠(3만4900원→2만9900원) △소포장 과자 시리즈 80g(1900원→1500원) 등으로 최대폭은 50%에 달한다.

최근 식품 등 다른 소비재 업계가 줄줄이 가격을 올리는 가운데 대조되는 행보다. 농심과 오뚜기는라면 출고 가격을 평균 6.8%, 11.9% 올리기로 해 최근 사재기 현상이 벌어질 정도다. 해태제과도 홈런볼과 에이스, 버터링 등 대표 상품의 가격을 평균 10.8% 인상하기로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교촌치킨도 배달비를 3000원으로 종전보다 1000원 인상했다.

무인양품은 생활에 꼭 필요한 의식주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부담을 덜어 고객의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대환 무인양품 영업기획팀장은 “창립 이래 변함없이 지켜온 생산과정의 간소화, 소재의 선택, 포장의 간략화라는 3가지 기본원칙을 통해 더 좋은 가격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이베이코리아)

하지만 무인양품이 일시적인 할인이 아닌 대대적인 가격 하향조정에 나선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존에 높은 가격을 책정한 데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등 이른바 ‘노재팬’까지 겹치자 자구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인양품은 2004년 롯데상사로부터 무인양품 브랜드 영업부문을 떼 설립됐다. 지분율은 일본의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각각 60%, 40%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브랜드라는 특성 때문에 2019년부터 불어닥친 불매운동 여파를 피하기 어려웠다. 2018년 1378억 원이던 매출은 2019년 노재팬 여파에 1243억 원으로 고꾸라졌고, 지난해에는 627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특히 이 업체는 2018년 34개이던 직영점을 2019년 40개로 늘리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상태였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2018년 76억 원에서 이듬해 -71억 원으로 적자전환하고, 작년에는 -117억 원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반사익은 국내 라이벌 업체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자주'가 얻었다. 자주는 2012년 이마트의 ‘자연주의’를 리뉴얼해 탄생한 브랜드다. 자주 매출은 2018년 2300억 원에서 2019년 2400억 원, 지난해에는 2500억 원으로 신장했다. 2018년 166개이던 매장 수는 2020년 200개를 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할인도 아닌 아예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정이 급해졌다는 방증”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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