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상황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한다. 대회 1년 연기, 무관중 경기 등 우여곡절 끝에 열린 이번 도쿄올림픽은 사실 완주한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선수들의 땀방울로 이뤄낸 'CITIUS, ALTIUS, FORTIUS(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라는 올림픽 정신은 코로나19로 힘든 전세계인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던졌다.
우리 선수단 역시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전해줬다.
다만 성적만으로 살펴보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8일 오전 현재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다. 메달 순위는 14위다. 남은 경기 중 메달권에 든 선수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메달 7개 이상을 획득한다는 목표 달성은 무산된 상황이다.
한국은 양궁에서 금메달 4개, 펜싱과 체조에서 금메달 1개씩을 획득했다. 펜싱에서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3개를 따냈다. 체조에서는 동메달 1개를 추가로 획득했다.
금메달 수로만 보면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7개를 따낸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래 37년 만에 가장 적다.
'효자 종목'으로 불렸던 종목들이 다소 부진했던 탓이다. 태권도의 경우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2000년 시드니 대회 이래 21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레슬링도 1972년 뮌헨 대회 이래 49년 만에 처음으로 메달을 못 건졌다. 레슬링은 몬트리올 대회에서 대한민국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선사한 이래 대회 때마다 금메달을 안겨왔던 효자 종목이었다.
한국 유도도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역대 최소 금메달 획득이라는 성적에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선수들이 딴 메달의 색깔과 숫자에 집중하기 보다는 선수들의 노력과 희생에 더 많은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다.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허벅지 핏줄이 터지는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하며 후배들을 이끌었던 김연경에 전 국민은 환호했고, 메달권에는 거론 조차 되지 못했으나 98년 만의 올림픽 첫 도전에 나섰던 한국 럭비팀에 감동을 받았다.
또 패배에도 불구하고 상대 선수의 승리를 축하해준 유도 조구함과 태권도 이다빈의 모습은 한국 선수들의 품격을 보여줬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레이스를 즐기고, 메달 획득이 불발된 순간에도 미소로 결과에 승복하는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과 메달 보다는 자신의 기록에 집중했던 수영 황선우는 한국 스포츠의 밝은 미래였다.
메달수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결국 경쟁을 위한 것이란 점에서 부진한 성과에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성과도 있다. 수영 황선우, 탁구 신유빈,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배드민턴 안세영, 사격 권은지, 마루 유성현, 역도 이선미, 육상 우상혁, 근대5종 전웅태 등을 어린 선수들을 대거 발굴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통적 강세였던 태권도와 레슬링, 복싱 등에서 고전하면서 금메달 수가 줄은 것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가 몰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올림픽이 1년 연기된 탓에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준비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분위기를 반전 시킬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단 대한체육회는 올림픽이 끝난 뒤 종목 단체와 협의를 거쳐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메달 전략 종목 재분류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그동안 너무 안주해왔다. 언제나 투기 종목에서 강세를 보여왔기에 '이번에도 우리가 이기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생각이 분명히 있었다"며 "강세 종목 관계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모여 원점에서 여러 문제를 논의, 통일된 안을 만들어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