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현금 든 ATM 찾아나서기 분주
전 세계 경제 제재에 현지 파업 겹친 영향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얀마에선 현재 무작위로 선택된 ATM기에 현금이 채워지고 있다. 하루 인출 한도는 120달러(약 14만 원)로, 시민들은 매일같이 돈이 담긴 ATM기를 찾아 나서고 있다.
현금 부족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군부에 들어가는 자금줄을 막은 것과 함께 현지에서 은행과 기업들이 파업하면서 경제가 어려워진 영향이다. 만달레이의 은행 ATM에서 줄을 서다 본인 바로 앞에서 서비스가 끊긴 한 시민은 “미얀마 시민이라는 게 저주처럼 느껴진다”며 “대부분 ATM에서 시간을 낭비하지만, 다른 선택은 없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선 매일 100개 미만의 ATM기에 현금이 채워지고 있으며 디지털 은행 송금 서비스는 금지돼 오로지 현금 인출만 가능한 상태다. 이에 7~15%의 수수료를 받고 대신 온라인 송금을 해주는 새로운 유형의 통화 중개인도 생겨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리처드 호제이 미얀마 담당 수석 고문은 “현재 모든 게 얼어붙었다”며 “깊고 깊은 경제 위기이자 정권과 은행, 경제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얀마는 쿠데타가 시작한 이래 최소 94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희생자 대부분은 군부의 총에 맞은 시위대로 전해진다.
군부는 시위와 진압 과정이 전 세계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자 3월 중순 모바일 인터넷을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휴대폰을 통한 은행 송금도 차단되면서 현금 부족 문제를 촉발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전 주영국 미얀마 대사인 비키 보우만은 “은행들이 문을 닫았을 때 현금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며 “여기에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상황을 악화했고 현금 보유 욕구는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현금이 부족한 일부 농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의료시스템이 붕괴하자 돈 대신 재배한 식품과 의료 서비스를 물물 교환하기에 이르렀다. 도시에서는 산소통을 얻기 위해 오토바이나 카메라 같은 실물을 내걸기도 한다.
군부 대변인은 현재 벌어진 금융 위기를 “전염병에 따른 국경 폐쇄의 결과”라고 해명하면서 “현금 부족은 이달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얀마 중앙은행은 현금 마련을 위해 최근 화폐를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가 재정 문제를 해결할지는 미지수다. 과거 양곤 싱크탱크에 몸담았던 우헤인 마웅 이코노미스트는 “미얀마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며 “위기는 정치적 변화로만 해결할 수 있고, 금융 위기는 앞으로 몇 달간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