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실습ㆍ의료학술대회서 수술과정 참관…궁극 목표는 '가상의 종합병원’ 구축
메타버스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급부상하면서 의료계도 ‘메타버스’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 방문 또는 직접 환자를 만날 기회가 줄어든 의료계에서도 비대면 수요가 커지자 국내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던 해외 의료진, 실습이 중요한 의대생 사이에 수술과정 참관, 학술대회 등에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가상인물(아바타)을 통해 현실과 똑같은 사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메타버스 구현 핵심기술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확장현실(XR)이다.
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분당서울대병원이 5월 개최한 ‘2021년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ASCVTS) 제 29차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영국, 싱가포르 등 국내외 의료진들은 폐암 수술기법과 가상 융합 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한 강의를 수강하고 가상 환경에서 수술 과정을 참관하며 실시간 토의를 진행했다. 6월 일산차병원은 가상공간 속에 일산차병원을 개원해 코로나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직원 가족들과 고객을 대상으로 병원 내 가상공간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실습이 중요한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메타버스가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은 6월 인공지능(AI) 의료 영상 분석 플랫폼 기업 메디컬아이피와 함께 국내 의대로는 처음으로 커리큘럼에 메타버스를 구현했다. ‘해부 신체구조의 3D 영상 소프트웨어·3D 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및 실습’ 교과에 메타버스 개념을 접목해 의료영상을 3D로 구현하고 가상현실(VR)을 통해 인체 내부를 분석하는 해부학 콘텐츠를 제공했다.
의료계의 궁극적 목표는 ‘가상의 종합병원’ 구축이다. 이 공간에서 교육은 물론 환자 진료 및 건강관리, 수술실 확인, 행정업무와 나아가 디지털 치료제 검증 등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병원뿐 아니라 헬스케어 기업들도 메타버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라이프시맨틱스는 ‘라이프로그(전자기기를 사용해 일상의 모든 것을 저장하고 검색하는 것)’를 이용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와 개인 생체정보가 입력된 아바타 기반 게임 형태의 디지털 치료기기 등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업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라이프레코드(개인건강기록을 저장, 분석, 활용하기 위한 인공지능 및 정보관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추가적인 솔루션을 확보하고자 연구개발 및 투자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속 병원이 완전하게 구현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메타버스에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원격 의료’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원격의료 관련 법령인 ‘의료법 제 33조 1항’과 ‘제 34조 1항’에 원격진료에 대한 규정은 없다. 진료는 의료기관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만일 의료기관 외라면 의료인 사이의 원격자문 형태만 규율하고 있어 의료인과 환자 간의 원격의료는 불법인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 단계의 위기경보 발령 기간 동안 ‘의료인의 환자에 대한 전화·화상통신 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 허용’을 명시하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것도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진이 바깥의 환자에게 진료를 해야 한다.
최근 발간된 ‘2021 국정감사 이슈’에 따르면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 시행에 대한 효과성 분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6월 김부겸 국무총리가 경제인 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원격의료) 및 의약품 원격 조제 규제 개선 등 ‘규제 챌린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으로 비춰볼 때 원격의료의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볼 수 있다.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코로나 상황에 감염 우려로 인해 당장 대면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물론 실습이 중요한 의학 교육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급물살을 탄 메타버스 시대에 발맞춰 빅데이터·인공지능·5G 등 첨단 기술을 현실 기술과 융합한 ‘가상의 종합병원’을 구축하고 헬스케어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