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존중'은 어디로?"...올림픽 경기 비매너 논란

입력 2021-08-0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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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초반, 이동경 악수 거부 논란
중국 배드민턴 천칭천 욕설 논란
대회 마지막 날까지 비매너 그치지 않아
승부욕이 올림픽 정신보다 중요한지 생각해볼 일

▲8일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폐회식에서 바흐 IOC 위원장이 안 이달고 파리 시장에게 전달할 오륜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약 3주 동안 우리를 뜨겁게 했던 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는 206개국이 참가했고, 리우에 이어 두 번째로 난민 선수팀이 출전했다. 코로나로 대회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도 인종과 국가를 넘어선 선의의 경쟁이 펼쳐졌다.

그러나 경쟁심에 불타올라 화합의 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도 일어났다. 몇몇 선수들이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을 일삼으며 ‘비매너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꼽은 올림픽의 세 가지 가치가 ‘뛰어남, 우정, 존중’인 만큼 비매너 논란은 비난 받을 수 밖에 없다.

축구 대표팀 이동경, 악수 거부 논란

▲지난달 22일 2020 도쿄올림픽 축구 남자 조별리그 1차전에서 뉴질랜드 크리스 우드의 악수를 거부한 이동경 (연합뉴스)

이번 올림픽에서 비매너 논란은 대회 초반부터 불거졌다. 지난달 23일 한국과 뉴질랜드의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는 이동경(23·울산 현대)의 악수 거부가 논란이 됐다.

당시 한국 축구 대표팀은 같은 조에서 최하위 전력으로 평가받던 뉴질랜드를 공략하지 못하고 0대 1로 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득점을 기록한 뉴질랜드의 크리스 우드는 이동경 선수를 찾아가 악수를 건넸다. 그러나 이동경은 물만 가득한 표정으로 크리스 우드의 오른손을 살며시 쳐냈고 크리스 우드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돌아섰다.

해당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힌 뒤 이동경에게 비판이 쏟아졌다. MBC에서 해설을 맡은 안정환은 이동경의 태도에 대해 “매너가 좀 아쉽네요”라고 비판했다. 일부 팬들은 ‘경기도 지고 매너도 졌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대한축구협회는 해당 행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파를 줄이기 위해 선수 간 접촉을 금지한 방역 수칙에 따른 것이라며 이동경을 변호했다. 그러나 이동경이 경기장을 나오면서 뉴질랜드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인 데니 헤이와 주먹 인사를 했다고 알려지면서 이같은 옹호는 무색해졌다.

경기 다음 날인 23일 이동경은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사실 너무 실망스러워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라며 “보다 이성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여자 배드민턴 천칭천 욕설 논란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조 경기 도중 욕설 논란을 일으킨 중국의 천칭천 (연합뉴스)

여자 배드민턴에서는 욕설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27일 배드민턴 여자 복식에 나선 중국의 천칭천·자이판(이상 24)이 한국 선수인 김소영(29·인천국제공항)·공희용(25·전북은행)을 상대하며 천칭천이 반복적으로 욕을 했다는 것이다.

천칭천은 이날 경기를 치르며 “워차오”라는 기합을 반복적으로 외쳤다. 특히 1세트에서 지자 이를 강하게 외쳤고, 2세트 접전 도중에도 이를 외쳤다.

천칭천이 외친 이 말은 영어에서 “F***”에 해당하는 욕설이다. 홍콩·대만 등 중국어권 팬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미국 매체인 뉴스위크도 이 사건에 대해 비판하는 보도를 냈다.

논란이 커지자 천칭천은 “자신의 발음 때문에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뉴스위크는 이에 대해 "그러나 그(천칭천)가 말하려 했던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달 4일 천칭천·자이판 조가 김소영·공희용 조와 4강에서 맞붙었을 때도 천칭천이 다시 이 욕설을 내뱉으며 욕설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지난 3일 천칭천의 욕설 논란에 대해 세계배드민턴연맹(BWF)에 공식 항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IOC는 경기 중 욕설 행위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BWF는 경기 중 심판이나 관중에게 또렷이 들릴 정도로 모독적인 말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마라토너, 물병 다 쓰러뜨리고 자기 물만 챙겨

▲8일 2020 도쿄올림픽 마라톤 남자부 경기 도중 워터스테이션의 물을 쓰러뜨린 프랑스의 모하드 암도우니 (연합뉴스)

이번 올림픽의 비매너 논란은 대회 마지막 날까지 그치지 않았다. 대회 마지막 날인 8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는 프랑스 마라토너 모하드 암도우니(33)의 비매너 논란이 촉발됐다.

이날 암도우니는 경기 중반 선두 그룹에 속해 있었다. 선두 그룹에서 달리던 암도우니는 28km 지점에 선수들의 수분 공급을 위해 설치된 워터스테이션에서 논란이 될 행동을 했다.

암도우니는 오른손으로 워터스테이션을 쓸어 담으며 세워져 있던 물병을 모조리 넘어뜨렸고, 마지막에 자신의 물병만을 챙겨갔다. 다른 선수들이 편하게 물을 마실 수 없도록 방해한 모양새가 됐다.

호주의 장거리 육상 선수인 벤 세인트 로런스는 암도우니가 물병을 쓰러뜨리는 짧은 영상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암도우니의 비신사적 행동에는 비판이 쏟아졌다. BBC의 방송인 줄리아 브래드버리도 암도우니의 행동에 대해 “경쟁자들이 물을 못 마시도록 일부러 물병을 쓰러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몇몇 선수들이 비신사적인 행동을 보이며 올림픽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IOC는 지난달 20일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되는 등 유례없는 대회였던 이번 도쿄올림픽부터 화합과 결속의 의미를 담아 표어를 변경했다.

기존의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Faster, Higher, Stronger)’로 알려진 올림픽 표어는 이번 대회부터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 – 함께Faster, Higher, Stronger - Together’로 바뀌었다. 선수로서 가질 수 있는 승부욕과 감정이 100년 넘게 열리고 있는 올림픽 무대의 가치보다 더욱 중요한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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