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 방침에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오후에 찾은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무더위 속에서도 서늘했다.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현행 4단계 조치가 오는 22일까지 2주간 연장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문을 연 대형 점포 옆을 걷다 보면 에어컨 바람만 새어 나왔다. 매장 안에도 밖에도 인적은 드물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 모 씨(38)는 “지난 1월 카페를 차렸는데 상권이 사라져버리니 손님도 없고 매달마다 빚만 쌓이고 있다”며 “거리두기 또 연장되니 폐업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명동 거리 대다수 점포는 폐점해 ‘임대문의’만 걸려 있었다. 건물 전 층이 비어있는 경우도 보였다. 거리 중심부 상권도 일부 대기업들의 프랜차이즈 점포들만 자리를 지켰다. 중심부를 지나 골목에 들어서니 문을 연 가게를 찾기 힘들었다.
정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골목 음식점은 텅 비어있었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67)는 “주변 매장 직원들이 자주 식사하러 오는데 하나둘씩 없어지더니 손님도 서서히 줄어들었다”며 “버티고 있지만 힘들다”고 푸념했다.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한계 상황에 다다른 자영업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폐업뿐이다.
통계청의 고용 동향에서도 자영업자의 고충은 그대로 드러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를 기록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2년 이후 역대 최저수준이다.
특히 간이주점, 호프집 등 코로나19 타격을 맞은 점포의 수도 대폭 감소했다. 올해 5월 말 전국 간이주점은 1년 사이 14.1% 줄었고, 호프집은 11.6% 사라졌다. 노래방, 여행사, 피시방, 전국 예식장 등도 줄지어 문을 닫고 있다.
KOSI 중소기업 동향 7월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분기 대비 2%포인트 상승한 서울 도심의 공실률이 견인했다.
황학동 주방 거리도 폐업한 점포에서 나온 가구만 생겨나지 이를 찾는 사람들은 없었다.
8일 오후 방문한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 거리는 자영업자 눈물만 남아 있었다. 폐업한 점포들의 가구가 도로까지 차지했다. 의자, 식탁부터 주방가구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종합주방가구 판매업자 박 모(60) 씨 “올 초에 폐업 점포 물건들이 엄청 쏟아졌다”며 "원래는 망한 곳이 10곳이면 새로 여는 곳이 12곳이랬는데 역전돼 개업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황학동 주방 거리에는 코로나19 타격을 입고 폐업한 점포의 중고가구만 쌓이고 있다. 개업하려고 중고 가구를 사려는 손님들의 발길도 멈췄다.
박 씨는 “중고가구를 사 가는 손님이 줄어드니 이곳 거리도 문 닫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종합주방 용품을 파는 김 모(50대) 씨는 “물가 때문에 자잿값도 올라 마진은 더 줄고 수입이 많이 없어졌다”며 “식당이나 가게가 여닫고 계속 순환이 되어야 그나마 쌓여서 마진이 없더라도 월세도 내도 인건비도 내고 하는 것인데 지금은 접는 시기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과거엔 폐업한 식당 물건을 사러 오는 중간업자 용달 기사가 자주 왔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