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납부수요까지 더해져, 중기·개인사업자대출도 7월기준 역대최대폭 증가
SD바이오센서·카카오뱅크·HK이노엔 공모주 청약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이 7월 기준 역대최대치를 경신했다. 주택거래 등에 따른 주택담보대출도 상당해 영끌(영혼까지 끌어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사그라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옥죄기 노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기업대출도 7월 기준 역대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금융당국과 은행의 지원노력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반기말 종료와 부가가치세 납부달이라는 계절적요인까지 맞물렸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중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9조7000억원 증가한 104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7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관련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직전 최대증가는 지난해 7월 기록한 7조6000억원이었다.
주담대는 주택매매와 전세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늘어난데다, 기 승인된 집단대출 취급이 지속된 때문이다. 실제 6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과 전세거래량은 각각 5만3000호와 3만9000호를 기록했다. 통상 주택매매거래는 주담대보다 2~3개월, 전세거래는 전세대출에 1~2개월 정도 선행한다.
기타대출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자금 용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7월중 연이어 있었던 공모주 청약 관련 수요가 컸던 탓이다. 7월중 주요 공모주 청약을 보면 8~9일엔 에스디(SD)바이오센서, 26~27일엔 카카오뱅크, 29~30일엔 HK이노엔이 있었다. 이들 공모주 청약에 몰린 청약증거금은 각각 32조원, 58조원, 29조원에 달했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담대는 주택매매 관련 개별대출과 집단대출, 전세관련 대출이 고르게 늘었다. 기타대출은 가계 생활자금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7월중 연이어 있었던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 수요 영향이 컸다”며 “가계대출 증가폭은 은행권뿐만 아니라 2008년부터 관련 데이터를 파악하고 있는 제2금융권을 통틀어서도 7월 기준으로는 최대규모로 늘었다. 은행권 대출규제 강화로 상당부문 2금융권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7월부터 실시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주택시장 상황, 정부의 가계부채총량관리 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현재 주택매매와 전세거래, 주식 등 위험자산 수요, 코로나19 관련 생활자금 수요가 상당히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 기업대출은 11조3000억원 증가한 103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또한 7월 증가폭으로는 2009년 6월 통계속보치 작성 이후 최대규모다.
부문별로 보면 대기업은 2조3000억원 늘어 석달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7월 증가폭 기준으로는 2018년(+2조3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반기말 일시상환분을 재취급하면서 증가전환했다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중소기업은 9조1000억원, 이중 개인사업자는 4조2000억원 늘었다. 각각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은행 및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과 함께 부가세 납부 관련 자금수요 등 계절적 요인이 가세한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