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용액 누적액 증가 등 우려 제기
文 방미 위해 서둘렀다는 의혹에 "협상 과정에서 전혀 거론 없어"
방위비 분담금 제도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0차 특별협정 비준 때 국회가 요구했던 분담금 방식을 기존의 총액형 제도를 소요형으로 전환하지 못하면서다. 이에 정부 측은 추가 항목을 신설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말리지 않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2일 국회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비준 동의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분담금 제도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있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진술인들도 비준동의안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지만, 대체로 방위비 분담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총액형은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먼저 정해놓고 나중에 어떤 사업에 쓸지 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소요형은 한미가 협의해 사업을 선정하고 쓸 돈을 정산하는 구조다. 이전부터 방위비 분담금을 투명하게 협의·관리하기 위해선 현재 총액형인 협상 방식을 소요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지난 비준과정에서 국회가 제시한 부대의견(소요형 전환)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배석한 이성호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부대표에 "(당시 소요형 전환과 관련된) 국회의 부대 의견은 비준 동의의 조건이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삼권분립 아래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 신뢰가 손상됐다"며 정부의 노력을 따져 물었다.
이에 이성호 부대표는 "잘 알겠지만, 미국이 이번 협상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들고 온 내용이 신설 항목 부분"이라며 "이는 소요형으로 갔을 때 미국 측이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게 많아질 수 있다는 반증과도 같다. 현재 총액형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게 내부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전환을 위해선) 일단 한미 간 합동 실무진의 축적된 경험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협상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내부적 입장 정리가 충분히 필요하다"면서 "(소요형 전환) 정부도 취지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검토 여지를 열어놓았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의 원활한 방미를 위해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못한 것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협상 과정에서 방미는 전혀 거론되거나 확정되지 않았던 부분"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또한, 방위비 분담금 증가에 따른 효과를 묻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질의에 이 부대표는 "투명한 제도 개선과 주한 미군 부대의 근로자들의 고용 안전성 증진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공청회에선 △제11차 한미방위비 분담금 협정 내용의 적절성 △방위비 분담금 협정 비준 동의의 필요성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한미동맹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 등 다양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한편, 방위비분담은 한·미 양국이 1991년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관해 체결한 특별협정이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시설·구역을 제외한 미군 경비는 미국 측이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건설 및 연합방위 증강사업, 군수지원비 등은 주둔 국가가 경비를 분담 지원토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