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사 노조·청년정의당 등 단체도 비판 나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청년정의당 등 단체가 "대한민국 법치는 문재인 정권에서 죽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13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은 재벌이 대한민국 위에 군림한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준비한 두부를 짓눌러 바닥에 뿌리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의 곁에는 '노조파괴 이재용 정당한 죗값을 치러라' 등이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물린 상태에서 민주노총은 노동자를 살려달라고 절규했으나, 정부는 이재용은 풀어주고 우리는 구속하겠다고 했다"며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임을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조장희 삼성그룹사노동조합 대표단 의장은 "삼성그룹의 불법적인 노조 파괴 공작이 법원을 통해서 드러났다"며 "이 부회장이 사과했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건 피해를 받은 노조 외에도 삼성 노동자가 전부 다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과 이후에도 삼성의 노조 탄압은 여전하다. 국정농단으로 구속된 이 부회장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기적에 가깝게 가석방됐다"며 "이 부회장은 삼성 책임자답게 처벌받고 새로운 삼성을 위해 퇴진하라. 노동조합의 정당한 목표와 권리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국정농단 삼성 이 부회장이 자유의 몸이 된다. 참담하다. 촛불로 만든 문 대통령이 촛불 정신을 배반했다"며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재벌총수 이 부회장이 자유의 몸이 되는 이 광경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나. 시민의 절망감을 느끼고 있나"라며 "촛불 정부가 재벌권력 앞에 무릎 꿇고 촛불과의 약속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문 대통령은 손에 흙을 묻히지 않겠다며 사면 대신 가석방을 선택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는 촛불의 노력은 꺼지지 않는다"며 "우리 대한민국을 유전무죄 사회로 되돌려놓은 문 대통령은 역사적 죗값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5분쯤 서울구치소 정문을 걸어 나온 뒤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우려,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고 말하며 정문 한쪽에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올라 3분여 만에 서울구치소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