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가 시장을 이끌면서 주주 행동주의에 기반한 ETF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넘어 부실 책임 추궁, 구조조정, 경영 투명성 제고 등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있어서다.
◇주주 행동주의 ETF, 수익률 ‘고공행진’ = 주주 행동주의란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주 행동주의 투자는 일반적인 ESG ETF보다 적극적으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앞서 5월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 엑손모빌(Exxonmobil)의 이사진 교체 배경에도 주주 행동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블랙록 등 거대 자산 운용사들의 지지를 얻은 소규모 행동주의 투자회사 엔진 넘버원(Engine No. 1)이 기후위기 대응 행동주의 캠페인을 진행하며 엑손모빌 이사회를 교체한 사건이다. 엔진 넘버원의 자금은 불과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해 시장에서는 이를 ‘골리앗을 이긴 다윗’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엔진 넘버원은 행동주의를 표방한 ETF Engine No. 1 Transform ETF(VOTE)를 출시한 상태다. 미국 시가총액 대형주 약 500개에 투자하는 ETF로, 기존 S&P 500 ETF와 포트폴리오는 유사하지만, 투자자들이 행동주의 전략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기존 패시브 운용사의 경우, ESG 관련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VOTE의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11일 기준 약 1억2800만 달러 수준이며, 총 보수는 연 0.05% 정도여서 저렴한 편에 속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LeaderShares Activist Leaders ETF(ACTV)도 주목할 만하다. ACTV는 주주 행동주의 목표가 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인 미국 주식시장 상장 종목 중 엘리엇, 칼 아이칸 등 주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5% 이상 지분 취득을 공시한 종목을 계량적으로 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ACTV는 지난해 10월 상장 이후 55%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상장사, ESG 중 지배구조 개선(G)에 '주목' = 국가 상황에 따라 ESG 요소 간 수익률 상관관계도 다르게 나타났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 주식시장에서는 환경(E)와 사회책임(S) 요소와 알파의 상관관계가 높았다. 반면 신흥국 주식시장에서는 지배구조(G)와 알파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났다. 신흥국에 상장한 기업은 낙후된 지배구조로 인해 주주이익에 반하는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자주 나타난 탓이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5일 “최근에는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알파가 크지 않았던 환경(E)과 사회책임(S) 팩터의 알파도 커지는 추세다”면서도 “신흥국에서 지배구조(G)의 알파가 컸던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이슈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불거질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한진칼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기업에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에도 행동주의 액티브 ETF 등 VOTE, ACTV와 유사한 ETF가 등장할 경우 주주가치 제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