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아프간서 더 복잡해진 셈법...미국, ‘제2의 사이공 함락’ 굴욕·중국, 탈레반과 협력 조짐

입력 2021-08-1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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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년간 100조 원 가까이 지원했지만 무용지물
미국서 베트남전 탈출 떠올리며 바이든 비난 목소리 고조
중국, 탈레반 지도자 초대해 회담하는 등 협조
아프간, 장기 내전 가능성·국제 테러 온상 등 미래 불확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미국은 ‘제2의 사이공 함락’이라는 굴욕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 과거 탈레반의 세력 확장을 비난했던 중국은 언제 그랬냐는 듯 협력을 다짐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년간 아프간 정부군에 830억 달러(약 97조 원) 이상의 무기와 장비, 훈련을 지원했지만, 주둔 병력 철수 결정과 함께 불과 몇 달 만에 모든 노력이 물거품 됐다.

아프간 정부군이 손도 못 쓰고 탈레반에 당한 배경에는 미군에만 의지해 온 정부의 안일함이 거론된다. 아프간 정부군 병력은 문서상 30만 명으로 집계되지만, 미국 측은 이 중 6분의 5를 가짜 병력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류 상에만 이름을 올려 두고 정작 체계적인 군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특히 미군 철수가 본격화하면서 지도부를 둘러싼 정부군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러 사기 진작 측면에서도 결함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탈레반은 이 점을 노려 탄약이 고갈되고 가난에 굶주리는 시골의 개별 전초기지를 시작으로 서서히 범위를 넓혀갔다고 NYT는 설명했다.

미국에선 ‘바이든 표 사이공’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미국이 1975년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의 공격에 치욕스러운 탈출 작전을 한 것에 이번 사태를 빗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아프간 정부군이 자국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미군이 1년, 혹은 5년 더 주둔해도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강한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28일 톈진에서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탈레반 부지도자를 초청해 회담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톈진/신화뉴시스
중국은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달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탈레반의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부지도자를 톈진으로 초대해 회담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주요 지역을 점령한 후 고위급 인사를 중국에 보낸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앞서 6월에는 왕 부장이 “탈레반을 정치적 주류로 되돌려 놓겠다”며 공개적인 지지를 표하는 등 중국은 탈레반의 환심 사기에 분주하다. 탈레반 역시 “중국이 더 큰 경제적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화답했다.

중국은 1993년 아프간에서 내전이 벌어졌을 당시 주재 외교관을 철수하며 관계를 중단한 적 있다.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경고하며 탈레반이 내세우던 분리주의를 경계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선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실용주의 외교를 펼치고 있다.

탈레반의 점령 소식에도 우려를 표하는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관영매체를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아프간에서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 것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라며 “이번 사태는 미국의 개입주의 실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꼬았다. 이어 “중국과 아프간에 어색함은 전혀 없으며 중국은 아프간에서 우호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중국은 아프간의 어느 쪽도 적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이 자칫 내전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정부 시절 아프간 주재 대사를 맡았던 라이언 크로커는 ABC방송에 “미군이 이달 말까지 철수를 완료할 예정인 가운데 아프간은 장기 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프간이 다시 국제 테러의 온상이 될 것이라는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아프간이 테러의 온상이 되기를 원하는 이는 없다”며 “새 정부가 들어설 것이 분명하나 아무도 성급하게 탈레반 정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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