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고의성 여부 관건"…결과 따라 정부 부담 커질 수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 추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다. 심사위 권고 내용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18일 오후 2시 수사심의위를 열어 백 전 장관을 배임교사, 업무방해 교사 등으로 추가 기소할지 심의한다.
이번 수사심의위는 대전지검 수사팀이 백 전 장관을 기소한 지 49일 만에 열린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6월 30일 백 전 장관에게 배임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판단하도록 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해 손해를 가하는 범죄다. 수사심의위에서는 경제성 평가 조작으로 이익을 본 대상이 누구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사가 성립하려면 백 전 장관의 지시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행위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는지도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원전 조기 폐쇄로 한수원이 1481억 원의 손해를 입었으나 평가 조작으로 자체 중단 결정을 내린 것처럼 꾸며 정부가 손실 보상 책임을 더는 이익을 얻었다고 본다.
백 전 장관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대상이다. 백 전 장관이 경제성 평가 후 한수원이 입을 손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백 전 장관 측은 정책적 판단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이 백 전 장관의 고의성, 정범인 정 사장 범행과 백 전 사장 지시의 관계 등을 수사심의위원들에게 입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서 백 전 장관의 행위를 배임교사로 판단할 경우 정부가 범죄행위를 주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재판에서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가 인정될 경우에는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으로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전 폐쇄로 전기를 비싸게 공급받게 된 한수원의 모회사 한국전력공사 주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번 수사심의위는 수사팀 의견에 반대하면서 직권으로 소집한 김 총장에게도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가 백 전 장관을 추가 기소해야 한다고 권고하면 김 총장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심의위는 소집 결정 후 통상 1~2주 뒤 열렸지만 백 전 장관의 경우 한 달 넘게 열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 총장이 수사심의위 개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