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개인적 이익 실현 위한 행동…영업상 고려 없었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정총령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선 전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300억 원을 선고하고 2억37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다만 재판부는 "판결에 불복할 기회를 주겠다"며 선 전 회장을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수합병 거래를 하게 된 것이 하이마트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선의라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면서 “하이마트 지분을 구조적으로 취합해 경영권을 박탈당하지 않도록 개인적 이득을 지키려 나섰고 영업상 고려는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이익이 희생되더라도 거래를 성사시킴으로써 개인적으로 약속받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면서 “피고인이 받은 대가 등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해보면 이 사건 가담 행위는 하이마트 대표이사로서 회사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인수자 이득을 위한 것으로 보여 배임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선 전 회장은 2005년 1차 M&A 과정에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인수자금을 대출받는 데 하이마트 자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선 회장은 이 같은 담보 제공 행위로 회사에 2408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12년 불구속기소 됐다.
선 전 회장은 AEP와 이면약정으로 하이마트가 100% 지배회사인 해외법인의 지분 13.7%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분에 대한 배당금 2058억 원 중 1509억 원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증여세 745억 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는다. 아들에게 미국 내 고급 주택을 사주고 차명 부동산 처분대금을 불법 증여하는 등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도 있다.
선 전 회장은 또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31억 원 상당의 외화를 불법 송금한 혐의,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춘천에 있는 골프장 개발지 부근 부동산을 차명 취득해 명의신탁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회사에 수천억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 등 나머지 대부분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증여세 8억 원을 포탈한 혐의와 하이마트와 실제 시공사 사이에 자신이 소유한 건설회사를 끼워 넣은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선 전 회장이 하이마트가 근저당권을 설정하게 한 행위는 대표이사로서 임무를 위배해 인수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하이마트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것에 해당한다”며 배임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