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성북5구역 공공재개발 사업 첩첩산중…“정부, 부추기더니 배제해”

입력 2021-08-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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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율 60%·노후도 80% 넘어도 ‘탈락’
“주거환경 열악…정부, 희망고문 멈춰라”

▲서울 성북구 성북5구역이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주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성북동 일대 전경. (이동욱 기자 toto@)
“금방이라도 낡아 쓰러질 것 같은데도 노후도 요건을 채우지 못했답니다. 사업 자격도 안 되는 구역을 갖다가 공모 신청을 받아 놓고 인제 와서 요건 미충족으로 두 번씩이나 반려하다니요. 이거야말로 희망 고문 아닙니까?”

서울 성북구 성북5구역이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주민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이 구역은 건물 노후도가 84%에 달하는데도 노후도 요건을 갖추지 못해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19일 기자가 찾은 성북동 일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노후 주택들이 즐비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에는 악취가 끊이지 않았고 빈집이나 폐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주거환경은 열악해 보였다.

애초 성북3구역 재개발 조합으로 시작했던 성북5구역은 2008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으나 2017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 전략으로 직권해제돼 재개발이 무산된 곳이다. 서울시에 행정소송을 진행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는 민간 재건축이 좌절되자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로 사업방식을 전환했다. 추진위는 공공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연이어 도전했지만, 노후도 기준이 발목을 잡았다.

성북5구역은 공공재개발 추진 당시 60%가 넘는 주민 동의율을 얻었고, 지난해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한 공공재개발 사전컨설팅에서 노후도 84%를 기록했다. 이처럼 높은 노후도를 기록했음에도 ‘연면적 노후도’ 기준에 발목 잡혀 사업이 무산됐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역시 1종 주거지역·구릉지라는 이유로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성북5구역은 1종 일반주거지역인 데다 구릉지에 있어 고밀 복합개발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모현숙 성북5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LH 직원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지정요건이 우리 구역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라 할 정도로 무조건 될 것이라고 했다”며 “매번 석연찮은 이유로 탈락하면서 이 구역에선 내가 양치기 소년이 됐다. 국토교통부나 서울시 직원들이 현장에 와서 얼마나 열악한지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성북구청 관계자는 “심사 기준 미달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판단하기 때문에 당장 밝히기 어렵다”며 “다만 이번이 완전한 탈락은 아니고 주민 동의율이 높다면 향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에 선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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