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보다 분양가 3.3㎡당 1000만원 높아
청약시장서 리모델링 지표될 듯
올 연말부터 리모델링 아파트가 청약시장에 나온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리모델링 단지에선 시세를 웃도는 분양가를 매기려 한다. 흥행 여부가 리모델링 단지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올해 10~11월을 목표로 일반분양을 준비 중이다. 4월 시작한 수평증축 리모델링(기존 건물에 새 건물을 덧대 옆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마무리되면 이 아파트 가구 수는 299가구에서 328가구로 29가구 늘어난다.
아남아파트는 2012년 가구 수 증가형 리모델링이 허용된 이래 가구 수를 늘리는 리모델링 단지다. 리모델링 아파트를 일반분양하는 것도 이 아파트 단지가 처음이다.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공급면적 92㎡형 기준으로 13억8000만 원대에 분양가를 매길 것을 검토 중이다. 공급면적 기준 3.3㎡당 4900만 원~5000만 원꼴이다. 오금동에서 가장 최근에 입주한 아파트인 '송파 두산위브' 매매시세가 3.3㎡당 4100만~4200만 원인 것으로 감안하면 이례적인 분양가다. 새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하는 게 부동산시장 통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새 아파트가 분양가를 자극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에서 분양가 통제를 더 강화했다.
아남아파트가 이런 통념을 거스를 수 있었던 건 이 아파트가 29가구만 분양해서다. 현행 법규상 30가구 이상 분양하는 공동주택은 분양가 상한제(택지비·건축비 원가에서 일정 범위 이상 이윤을 붙여 분양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HUG가 설정한 분양가 상한을 수용하지 않으면 분양에 필요한 보증을 내주지 않는 제도)를 받아야 한다. 반대로 29가구까지만 분양하면 이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리모델링 업계에선 수평증축은 수직증축(꼭대기 층에 2~3층을 더 올리는 방식)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다. 리모델링으로 늘릴 수 있는 가구 수가 더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남아파트에선 가구 수 증가가 적은 게 오히려 분양가 규제를 피하는 기회가 됐다.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분양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30가구 이상 분양하는 아파트에선 정부가 정한 비율에 따라 청약 가점제와 추첨제로 당첨자를 정해야 하지만 분양 물량이 29가구 이하인 아파트는 이를 따를 의무도 없다. 조합 관계자는 "선착순 분양까지 포함해 다양한 분양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아남아파트의 '실험'이 청약시장에서 리모델링 아파트 인기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29가구 규칙'을 활용해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는 건 아남아파트뿐 아니다.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29가구를 일반분양하려 계획 중이다.
수직증축 공사를 앞둔 이 아파트는 애초 42가구를 일반분양하려 했으나 올해 초 29가구로 분양 규모를 줄였다.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성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에선 구체적인 분양가는 함구하고 있으나 가구 수 축소 목적을 생각하면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