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1970년에는 수도권 및 특별시·광역시를 제외한 지방도시 인구가 전국 인구의 56.7%를 차지했으나 2020년에는 30.1%로 감소하였다. 또한 국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주거용 건축물의 준공연도가 평균 1994년인 반면 광역시는 1987년, 광역시 외 지방도시는 1981년으로 나타나 지방도시의 주거시설이 수도권에 비해 열악하다. 이에 반해 2018년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99.0%, 광역시는 104.7%, 광역시 외 지방도시는 111.9%에 달해 주택 과다 공급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13년부터 도시재생사업을 330곳에서 추진 중이며, 늘어나는 빈집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해 빈집 정비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방도시의 도시재생사업이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보다는 신시가지 개발 사업에 집중되어 주택의 노후도가 심화되고 도심 공동화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빈집 대책이 쇠퇴지역이나 지역사회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획일적으로 추진되어 다시 유휴 건물로 방치되는 등 새로운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개정안이 10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자치단체들은 빈집의 효율적인 활용과 정비를 위한 실태조사와 정비계획 및 이행강제금 부과 등을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빈집 확산 방지와 방치된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빈집을 돌봄서비스 공간, 임대주택 등으로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북도의 낙동강 문화권을 연계한 빈집 활용 관광 공유 숙박시설 조성, 전북도의 노후 빈집의 리모델링을 통한 주거취약계층의 보금자리 및 지역문화예술 향유 공간 공급, 부산 영도구의 빈집 활용 지역맞춤형 통합 돌봄서비스 제공, 전남 보성군의 빈집 게스트하우스 사업 등과 같이 자치단체의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빈집은 쇠퇴하는 지방도시의 한 단면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지방불균형 발전으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이다. 때문에 정부와 자치단체들은 단순하고 획일적인 빈집 문제 해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방도시의 인구 감소와 정주여건 관련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북도의 사례처럼 인구 감소율이 높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거점마을 조성이 필요하다. 농촌지역 5가구 미만이 거주하는 행정리인 ‘과소화 마을’ 거주자 중 이주 희망자를 인근 50가구 이상 실제 거주하는 마을인 ‘거점마을’로 이주시켜 정주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거점마을을 중심으로 주거·의료·복지시설 등을 확충하고 집약화하여 통합 복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일자리 창출도 도모해야 한다.
주거대책이 최우선이므로 빈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철거하고 집수리를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주민들의 건강권과 복지서비스를 위한 보건진료소 등 의료시설 및 상하수도, 전기·통신 설비, 쉼터, 쓰레기장, 재난·안전 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기본적인 인프라를 정비한 후에는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공동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하고 물리적인 환경 개선이 아니라 지역 자산을 활용한 자생적 성장기반 확충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자치단체가 지역주민, 민간기업, 민간비영리단체(NPO) 등 관계기관과 연계하여 지역재생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여 ‘다세대 공생형 도시’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정부는 2024년까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1.2조 원을 계속 투입할 예정이며, 자치단체도 일정 정도의 자체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쇠퇴하는 지방도시들이 실제로 재생되고 재도약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빈집’이 즐비한 유령도시에서 ‘살 집’이 갖춰진 공동체 도시로 변모하기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도시의 고유한 특성에 따른 문제를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거, 복지, 의료, 교통, 일자리 등의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 거점마을형’ 공간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