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8·4 공급 대책의 핵심 부지였던 서울 노원구 태릉CC(골프장)과 경기도 정부과청청사 부지의 대체지를 마련하면서 신규택지 공급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태릉CC 물량이 결국 30% 이상 축소되며 1년 만에 계획이 뒤집힌 데다 대체지 역시 공공 개발 등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서 정부의 공급 계획이 얼마나 속도를 낼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태릉CCㆍ과천 정부청사 부지 주택 공급 방안에선 당초 1만 가구 공급이 계획됐던 태릉CC 주택 공급 물량이 6800가구로 쪼그라들었다. 무려 30% 넘게 줄어든 규모다.
나머지 물량은 노원구 곳곳 개발사업에서 나오는 주택으로 메꿀 예정이다. 수락산역 역세권 도심복합사업(600가구)을 비롯해 희망촌(600가구), 하계5단지(1500가구)·상계마들(400가구) 노후 영구임대 재건축 등으로 3100가구가 공급된다.
4000가구가 나올 예정이었던 과천청사 물량은 과천신도시 용적률 상향(3000가구)과 갈현동 일대 신규택지 개발(1300가구)로 대체된다. 정부는 과천신도시의 변경된 토지이용계획에 대해 내년 상반기 지구계획 승인에 나설 계획이다. 갈현지구도 비슷한 시기 지구지정 목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태릉CC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의 핵심지였던 점을 감안해 사실상 '영끌'에 가까울 정도로 대체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이날 "하계5단지는 사업 진척이 더디고 불투명했지만 (앞으로 사업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수락산 역세권 사업은 지자체 협의 과정에서 도심 복합사업으로 최초 공개되는 입지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간의 호응과 공급 속도다. 정부가 공개한 대체지 대부분은 주거 환경이 열악해 주민들의 개발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하지만 공공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하 도심 복합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감안하면 수락산역 역세권 복합사업 등도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확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물량 자체도 미미한데다 도심 복합사업은 사업 과정에서 소유권을 공공에 넘겨 개발하는 방식이어서 주민들의 저항감이 적지 않아 공급이 차질 없이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태릉CC의 경우 2023년 상반기 지구계획 승인을 시작으로 2024년 입주자 모집 , 2027년 준공 및 입주가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입주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을 높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3기 신도시 입주가 2026년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입주가 더 늦은 태릉CC 부지 물량이 당장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협조 여부도 변수다. 정부는 그간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해 태릉지구의 녹지율을 기존 택지의 평균 공원 녹지율(25%)보다 높은 40%로 확대하기로 했다. 여의도공원 규모의 호수공원(24만㎡)도 조성한다. 태릉지구 공급 물량 6800가구 중 분양 물량은 65%, 임대주택은 법정 최소한도인 35%로 짓기로 했다. 하지만 노원구는 확실한 교통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개발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