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내용 모호하고 실효성 부족”
애플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인 ‘앱스토어’에서 외부 결제를 이용자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책을 새롭게 발표했다. 2019년 미국 개발자 집단이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 대한 합의책이다. 하지만 국내 IT 업계에서는 애플의 새 정책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애플은 26일(현지시간) 총 7건의 ‘앱스토어’ 정책 변경사항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앱스토어에서 개발자들이 앱 외부에서 제공하는 결제 방식에 대한 정보를 이메일 등을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서 애플은 개발사가 앱 자체 결제시스템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을 제한해 왔고, 이를 앱 이용자들에게 알리는 것도 제한해 왔다.
또한 애플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개발자들은 향후에도 자신들의 앱 또는 앱스토어 외부에서 이루어진 구매에 대해 애플에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구독과 인앱결제, 유료 앱에 대해 개발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준 가격의 수를 500개 이상으로 확장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기존 100개 미만이었던 것에서 대폭 늘린 것이다.
이 외에도 애플은 △연간 매출 100만 달러 미만 사업자에 대한 수수료 감면(30%→15%) 정책 최소 3년 유지 △앱 승인 거부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 유지 △웹페이지를 통해 앱 심사 이의 제기 절차와 방식 설명 △다운로드, 별점 평가, 텍스트 연관성, 사용자 행동 신호 등 객관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앱스토어 검색 시스템 최소 3년 유지 △연간 투명성 보고서 작성 △미국 내 소규모 개발자 지원기금 설립 등의 방침도 내놨다.
애플 측은 이런 조치가 미국 개발자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 대한 합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이번 합의를 법원이 승인하면 미국 개발자 집단 소송이 해결될 것”이라며 “앱스토어를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마켓플레이스로 유지하면서 개발자들에게 더 나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도록 돕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미국 개발자 집단은 캘리포니아 산호세 연방법원에 반독점 위반 혐의로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개발자들은 애플이 앱스토어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고 30%의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했단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국내 IT 업계에서는 이런 애플의 정책이 외부결제를 허용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앱 안에서 외부결제를 허용하는 게 아니라 외부결제가 가능하다고 이메일을 통해 홍보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앱 자체에서 외부결제를 홍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실효성이 부족 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관계자는 “앱에서 외부결제를 ‘사실상’ 허용한다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합의문 내용이 모호하다”며 “해외에서도 이번 정책에 대해 껍데기뿐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앱 마켓에 대한 반독점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발표된 조치인 만큼 애플이 이를 고려해 부랴부랴 합의안을 내놓은 게 아니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IT 플랫폼 기업의 ‘갑질’을 막아야 한단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에서는 구글ㆍ애플 등 글로벌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상태다. 30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상원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면서 본격적으로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