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전자발찌 관리 화 키웠다…'사후약방문' 법무부 "인력 충원 추진"

입력 2021-08-3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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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장치 착용 범죄 매년 발생…훼손 시 신호 오작동 사례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성범죄 전과자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여성을 살해한 사건은 정부의 허술한 감시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무부가 부랴부랴 재범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30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전자감독 대상자인 강모 씨는 27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해 이틀 뒤 2명을 살해했다며 경찰에 자수했다.

강도강간, 강도상해, 절도 등 범죄경력이 14회에 달하는 강 씨는 두 번째 성범죄로 징역 15년을 복역 중 지난 5월 가출소됐다.

사건 당일 강 씨가 오후 5시 31분 장치를 훼손해 경보가 울리자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관제 직원은 112상황실과 서울동부보호관찰소에 이를 알렸다. 전자감독 범죄예방팀 직원은 약 30분 뒤 훼손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10개 보호관찰소와 관할 경찰에 협조를 구해 검거에 나섰으나 강 씨는 자수하기까지 약 38시간 동안 자유의 몸이었다.

강 씨가 전자발찌를 끊기 전 첫 번째 살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불시방문(12회), 이동경로 점검(18회), 통신지도(17회)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막지 못했다. 특히 강 씨는 전자발찌 훼손 당일 야간외출제한명령을 위반하기도 했다.

경찰 등이 추적하는 상황에서 강 씨는 두 번째 범행을 했다. 특별사법경찰은 렌트 차량 추적, 휴대전화 위치추적, 폐쇄회로(CC)TV 조회, 가족·지인 등 관계인 접촉 등 소재추적에 나섰으나 강 씨를 붙잡지 못했다.

강 씨 사건 외에도 전자장치를 착용한 상태로 범행한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성폭력 동종재범사건은 2018년 83건, 2019년 55건, 2020년 41건 등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27건이 발생했다.

이달 12일에는 성범죄 전과자인 40대 남성이 전자발찌를 찬 채로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성범죄로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3개월 전 출소해 법무부 관리를 받고 있었다.

특히 전자발찌는 착용자가 특정 지역을 벗어나거나 위험 행동을 하면 통제실에 신호를 보내게 돼 있지만 사건 당시 신호는 수신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장치 훼손 사건도 2018년 23건, 2019년 21건, 2020년 13건 등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올해 7월 기준 훼손자는 11명으로 이 중 2명은 검거하지 못했다.

법무부는 이날 전자장치 견고성을 개선하고 훼손 이후 신속한 검거를 위해 경찰과 긴밀한 공조체계를 개선하는 등 재범방지 개선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범 위험성 정도에 따른 지도감독 차별화와 위반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하고 인력 확충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내놓은 방안도 지금까지 추진하던 제도 강화 방안과 차이가 없다.

전자감독 인력은 2016년 141명에서 2020년 211명으로 늘었지만 전자감독 대상자도 2696명에서 4026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7월 기준 전자감독 대상자는 4847명인데 비해 감독 인력은 281명으로 1인당 약 17명을 관리한다. 인력 충원이 대폭 이뤄져야 세심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자장치 개선에도 시간이 걸린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장정책국장은 “개선이 당장 한두 달 사이에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여러 차례 설계하고 시제품 만들고 테스트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자감독제도가 획기적으로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예산상·인원상, 또 우리 내부의 조직문화 변화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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