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여파는 현재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와 30·40 세대에겐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큰 시련을 주고 있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힘든 한국 사회에서 이들은 ‘인생 실패자’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 말 외환 위기와 2000년대 말 금융위기에서 밀려났던 당시 20·30대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고용 취약층에 머물고 있었다. 당시 고용시장 한파에 ‘장기 백수’로 전락하거나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을 선택한 이들이 많다. 운 좋게(?) 생존했던 이들은 우리 경제의 허리로서 과실을 만끽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 고용 취약층이 코로나19 직격탄의 최대 피해자로 다시 떠오르고 있지만, 고용시장이나 정책에서 ‘버려진 세대’로 투명인간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지인 중 A 씨는 첫 직장을 국내 굴지 대기업(지금은 없어졌지만)에 취업했다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을 당했다. 구조조정으로 그 부서 자체가 독립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여러 번 분사와 매각을 통해 지금은 다른 대기업의 재하청업체가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어려운 생존의 길을 가고 있다.
또 다른 지인 B 씨는 학창 시절 영재로 불릴 정도로 각종 경시대회에서 입상했으며, 군대는 카투사를 나온 재원이었다. 대학을 다니면서 사법고시를 준비했다가 거듭된 실패와 외환위기 사태 이후 다른 취업을 노릴 수 없게 됐다. ‘고시 패인’으로 전락해 지금은 슈퍼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결혼은 꿈도 못 꾸다가 최근 부모님의 성화에 동남아시아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이들 지인의 실패가 과연 그들이 노력하지 않거나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만일 A 씨가 여러 대기업 중 그 기업만 고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B 씨도 당시 사법고시 준비를 하지 않고 학교에 쏟아지던 기업 추천장을 골라 취업했다면 아마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현재 30·40대 고용취약층과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한 번 실패자가 되면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져들게 된다. 정부 정책도 30·40대나 자영업자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은 없다. 약간의 생활자금 지원이나 대출이 전부다.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이들이 실패자로 전락한 사례가 많지만 정책의 시각은 이들 개인의 능력과 노력 부족으로 인한 실패자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주택정책이나 고용·복지 정책에서 30·40대에 맞춘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설사 정부가 개과천선해 30·40대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실패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라는 사회적 반향이 클 듯하다.
정책의 초점을 개인의 실패가 아닌 사회적 구조적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국민의 인식 변화는 없을 것이고, 코로나19로 새로운 고용 취약층으로 전락하는 이들은 외환위기·금융위기 세대의 실패자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고용취약층으로 전락한 30·40대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근본적 문제를 살펴보고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최근 내놓은 ‘청년특별대책’이나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공약하는 청년정책처럼. 아니면 중소벤처기업인의 재기 지원 같은 정책이라도 내놓을 수 있다면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말을 뜻깊게 되새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