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의 진실게임이 시작됐다.
양사는 계약 이행 위반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며 서로 맹공을 퍼붓고 있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비밀유지 사항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앤코는 홍 회장이 매매계약 이후 무리한 요구를 추가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자 매매계획을 철회했다고 맞선다.
◇홍 회장 “안타까워…한앤코가 태도 바꿔”=홍 회장은 1일 한앤코가 주장하는 선결조건 등에 대해 “매매계약 체결 이후 매도인 측은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달리 계약 당시 합의되지 않았던 그 어떠한 추가 요구도 하지 않았다”라면서 “매수자 측과 계약 체결 이전부터 쌍방 합의가 됐던 사항에 한해서만 이행을 요청했으나 매수자 측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한앤코는 앞서 지난달 30일 남양유업에 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홍 전 회장측이 예정된 주주총회 일정 이후 2주 이상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다 대주주 일가와 관련된 사항들을 새로운 선결조건으로 내세워 협상을 제안했다”면서 “계약대금 지급시한일인 (8월) 3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제 시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엇갈린 주장에 대해 홍 회장측은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킨다는 입장이다. 홍 회장은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없이 매우 확고하다”라면서 “매수인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홍 회장의 매각 이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앤코가 제기한 홍 회장 일가의 주식매매거래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의 인용을 받으면서 남양유업은 새 주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법원, 한앤코 가처분 신청 인용… 남양유업 재인수 작업 불투명=한앤코는 홍 회장의 매각 철회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일방적으로 주주총회 날짜를 변경하고 횡령 혐의로 해임한 장남을 다시 등기 이사로 복직시킨 남양유업이 한앤코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앤코는 “지금까지 국내 최다의 27번의 경영권 인수거래를 원만히 성사시켰고, 한온시스템, 쌍용C&E, 에이치라인, SK해운, 케이카, 웅진식품 등 모든 투자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원칙을 중시하는 책임 있는 주주로서 거래 상대방과 임직원들에게 모든 약속을 성실히 이행했다”며 남양유업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 측이 주장한 주식 매매계약 해제에 대해서도 한앤코는 계약일인 8월 31일이 지나 해제됐다는 설명은 타당하지 않다고 거듭 밝혔다. 한앤코는 8월 31일은 계약에 대한 논의를 마치는 시점이지 계약을 종료하는 시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앤코는 법원의 주식매매거래정지 인용 역시 계약종료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앤코와의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홍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 일가 지분 53%는 거래가 중지된다. 일각에서는 한앤코를 제외한 매수 주체와의 거래가 묶인 상황에서 홍 회장 일가가 매각을 번복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남양유업 매각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