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직원 평균 연봉 여전히 다른 기업들보다 적어…선원 처우 개선도 해결해야
HMM 노사가 77일 만에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을 마무리했다. 노사는 임금 7.9% 인상, 보너스 650% 지급 등에 합의했다.
노조 파업으로 물류 대란을 우려했던 수출기업들은 걱정을 한시름 놓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 대비 낮은 연봉, 선원 처우 개선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HMM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2일 오전 8시에 극적 합의했다. 협상을 시작한 지 무려 77일 만이다.
주요 합의 내용은 △임금 7.9% 인상(교통비 등 인상으로 총액 기준 10.6% 인상) △격려금 및 생산장려금 650%(연내지급) 등이다.
또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년 간 임금 조정 및 성과급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노사가 견해차를 좁히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마지막 교섭에서 사측은 이전(임금 8% 인상)보다 후퇴한 협상안(임금 5.5% 인상)을 내놓았다고 노조는 밝혔다.
갈등이 지속되자 노조는 전날 오후 10시 40분 협상을 종료했었다.
하지만 노조 파업 시 발생하는 물류 대란 등을 고려해 노사는 다시 협상을 재개, 이날 아침 8시가 돼서야 교섭을 마무리했다.
HMM 관계자는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합의할 수 있었다”며 “이번 협상을 계기로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 해운 재건 완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HMM 노사가 임단협을 극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수출 대란은 발생하지 않게 됐다.
애초 노조는 교섭 결렬 시 파업을 강행할 계획이었다. HMM 양 노조인 육상ㆍ해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으로 파업권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해원노조는 선원들로부터 받은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일부 수출기업들은 HMM 노조 파업을 대비해 일찌감치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HMM이 파업하면 사실상 수출길이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선사들의 선박들은 중국만 들러도 만선이 돼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HMM 노사 합의로 기업들은 예정대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수출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물류대란 속에서 HMM 마저 파업을 강행했다면 기업들은 수출품을 제때 현지에 공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MM 또한 재정적 손실을 피하게 됐다.
HMM은 지난달 24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노조가 3주간 파업하면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에 미치는 예상 피해액은 5억8000만 달러(약 6729억 원)”라고 밝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자체 물동량 외에도 동맹 선사들의 물동량도 운송한다”라며 “이번 파업을 막음으로써 HMM은 회원사들로부터 신뢰를 지키게 됐다”고 덧붙였다.
파업이라는 악재를 막은 HMM은 실적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물류대란에 따른 운임 상승에 힘입어 HMM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2조4082억 원)을 달성한 바 있다.
합의가 이뤄졌지만, HMM 노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있다.
임금 인상 조치에도 HMM 직원 평균 연봉은 최대 8700만 원 받은 다른 해운사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다.
임금 정상화를 논의하는 TF 구성 방식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김진만 HMM 육상노조 위원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잠시 투쟁을 중단하지만, 만약 사측이 (임금 인상 문제에서) 과거와 같은 태도를 보이면 다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원들의 처우 개선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선원법에서는 선원들이 한 달에 총 313시간 일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근로기준법상 월 법정 근로시간(174시간)의 약 1.8배에 달한다.
313시간 이상 일해도 초과근로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HMM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근무환경이 더욱 힘들어졌다”라며 “기존에는 2개월에 한 번씩 부산항에서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승선하는 날부터 하선하는 날까지 한 번도 가족을 만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쟁의행위를 제한할 정도로 선원이 그렇게 중요한 직업이라면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 그런데 선원법은 옛날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