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사적으로 미·소 간 핵 군축 및 냉전체제의 종식 과정에서 남과 북은 1991년 12월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하였고, 당시 배치된 주한미군의 핵전력이 모두 철수로 귀결되었다.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이후부터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사실상 무실화되었지만, 그 이후로 우리 대한민국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응하여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독자적 핵무장은 국제비확산 레짐을 우리 스스로 위반하는 것이 된다. 또한 평화적인 핵 이용국, 모범적인 원전 수출국 등으로 쌓아 올린 국가적 명성을 실추시킨다. 결국 북한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되고 유엔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비확산이라는 동맹국 미국의 대외정책에도 반하는 것이 되면서 일본 등 주변국들의 핵무장 등 핵 도미노 현상을 가져올 것이다. 오히려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하는 측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 사실 이는 핵을 둘러싼 국제정치동학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독자적인 핵 무장론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할 수 없으니 일각에서 나온 것이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와 나토식 핵 공유인데, 이 또한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우선 전술핵을 배치해야 하는 주체는 우리가 아닌 미국이다. 미국은 이미 한반도에 핵우산과 확장억제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매번 그러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다. 미국이 과연 1991년에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다시 한반도에 들여 놓을 정치·군사·안보적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막강한 공군력, 해군력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은 굳이 핵무기를 한반도에 들여 놓지 않더라도 유사시 전략자산의 전개를 통해 한반도를 방어할 수 있다. 오히려 핵무기를 다시 한반도에 들여 놓는 순간 북한의 안보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사드 배치 과정에서 한반도에 배치된 미국의 전략무기에 대한 중국의 엄청난 반발과 거부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 제1 교역국인 중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 때 이상의 엄청난 경제적 보복을 하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안보 분야만의 갈등이 아니다. 중국과 패권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 또한 한반도의 전술핵 재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주장은 북한의 핵개발이 고도화되면서 핵균형에 대해 느끼는 일부 우리 국민들의 불안심리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불안심리를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치세력이 안보 포퓰리즘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나토식 핵 공유도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불안심리에서 비롯되었다. 미·소 간 핵경쟁이 핵전쟁으로 치닫는 냉전시대에 유럽의 방위를 위해 집단방위체제가 도입되었다. 핵 공유라는 시스템도 도입되었지만, 나토식 핵 공유도 사실상 운용은 거의 미국의 절대적인 판단에 따라 전개된다. 최근 전술핵 교체 등을 계기로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미국 전술핵의 유럽 내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사례들을 한반도에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배경은 이해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고, 어떤 것이 우리의 국익에 더 도움이 되는지는 이성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2018년 이후 전개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외교력을 모으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바이든 정부 역시 한반도 비핵지대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북·미 간 기존 합의 준수, 북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내부에서 선거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안보불안감을 조장하고 외교적 노력을 폄훼하는 시도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