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대체불가능토큰, Non-Fungible Token)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정부 당국이 저작권 문제에 칼을 빼든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 작품, 연예인 등 저작권과 초상권이 유효한 분야에서 NFT가 활발하게 활용되는 만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다만 현재 NFT 사업에 뛰어든 주체들과 논의가 필요한 만큼 관련 지침 마련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FT는 예술품 등에 부여하는 일종의 보증서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기존 자산에 고유 인식 값을 부여하는데, 소유권과 판매 이력이 모두 저장돼 위변조할 수 없다는 게 특징이다. 희소성을 띤 대상을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에 NFT 시장이 급성장하는 중이다.
NFT 시장 분석 업체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NFT 시장의 거래량은 20억 달러(2조3220억 원)에 달한다. 2019년 1억4000만 달러(약 1626억 원), 2020년 3억4000만 달러(약 3949억 원) 규모였던 점을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는 셈이다.
지난 1일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2021)에서 이정봉 서울옥션블루 대표는 “2030년까지 NFT 메타버스는 1000조 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해 4000억 원 규모의 국내 미술시장보다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NFT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함에 따라 저작권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중섭‧박수근‧김환기의 작품이 NFT로 변환, 경매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저작권 논란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발표한 ‘NFT 저작권 관련 산업의 해외 사례와 동향’에 따르면 @tokenizedtweets라는 NFT 트윗 작성 봇이 트윗 소유자에게 알리지 않고 트윗의 NFT를 생성, 한 러시아 예술가의 저작권을 침해하기도 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7월 중 NFT 거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투데이 취재 결과 정부와 가상자산 거래소가 관련 논의를 이어가던 중 NFT 활용 허락에 대한 유의점이 발생해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소위 저작권은 해당 자산을 재생산‧복제할 권리, 파생 상품을 만들 권리, 사본을 배포할 권리, 공개적으로 전시·공연할 권리로 나뉜다. NFT마켓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해당 유형별로 저작권 허락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이를 약관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별도의 팀을 꾸려 3개월 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디지털 파일을 내려받거나 공유 시 저작권 관련한 이용 허락을 받았는지, 합리적 방안을 만들어 지침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NFT 이용 실황을 살펴보고 있다. 업비트는 아직 NFT 마켓을 운영 중이진 않지만 에어드랍 이벤트 등을 통해 NF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관련 서비스 배포 시 지식재산권, 초상권, 상품화 권리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달 JYP엔터테인먼트에 365억 원을 투자, K팝에 기반을 둔 NFT 플랫폼 사업에 공동 착수했다. 6월에는 서울옥션과 관계사 서울옥션블루와도 NFT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문체부는 코빗의 NFT 이용 약관 또한 들여다보는 중이다. 코빗은 가상자산 거래소 최초로 NFT 마켓을 론칭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손잡고 tvN 드라마 ‘빈센조’의 캐릭터 굿즈를 NFT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NFT가 예술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도 확장될 수 있는 만큼, NFT마켓에서 저작권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처할 방안으로 보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저작권‧초상권 시장에서 상대적 ‘을’로 여겨지는 집단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 예시로 관련 법률 숙지에 미비한 프로게이머를 꼽았다. 이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게임 개발사에서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NFT 발행을 준비하는 만큼 이들의 초상권 또한 적절히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문체부가 발표한 ‘이스포츠 선수 표준계약서’에는 계약기간 중 선수와 관련한 가명‧사진‧초상‧필적을 비롯한 저작물 등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이스포츠 선수인 페이커 선수도 이름을 본인 마음대로 못 쓴다”라며 “NFT의 활용도 좋지만 저작권‧초상권 관련한 내용을 세심히 들여다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