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선 주자로 나선 후보들의 공약들을 보면 딱 이런 느낌이다. 특히 무려 12명이나 되는 국민의힘 주자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한다"고 외치지만 그나물에 그밥이다.
저마다 가장 국민들의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을 들고 나오지만, 그냥 이구동성으로 "공급 늘려 집값 내리고 세금 좀 줄여주겠다"고 하는 것만 같다. 현미경 검증 수준으로 들여다봐야 그나마 차이점을 알 수 있는 정도다.
6월 29일 출마 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무려 2개월 동안이나 캠프 내 정책팀은 물론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외부 싱크탱크를 마련하는 등 공약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드디어 공개한 첫 공약은 어김없이 '부동산 정책'. 윤 전 총장은 “국민의 집 걱정을 없애드리겠다”며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전문가들은 다소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현 시장 판도를 확 바꿀만한 새로운 구상이라기 보단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이라는 느낌이 더 크게 와닿은 모양이다.
집값 부담 최소화를 위한 대표적 정책이 ‘청년원가주택’이다. 무주택 청년에게 건설원가로 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1주택 가구에 대한 보유세 완화, 양도세 세율 인하 등을 약속했다.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마자 같은 당 경쟁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후보의 원가주택은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기본주택 같은 허황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포 및 인천공항 부지에 20만호를 건설원가 수준으로 공급하겠다는 ‘가치성장주택’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생애 처음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정부가 집값의 절반을 투자하는 '반반주택'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도심내 공급을 늘리고, 부동산 세금을 낮추는 것 등은 제가 이미 제시했던 공약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도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원 전 지사, 유 전 의원 등은 전면 폐지를 주장했으며, 윤 전 총장은 시장 혼란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를 수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법 폐지 이후 대안, 이 법을 어떻게 손볼지에 대한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부동산 뿐 아니라 다른 정책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례로 홍준표 의원이 지난달 17일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무려 30여 년 동안 선진국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며 "우리나라를 정상국가로 만들고 G7 선진국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공약이 대표적이다. 외교통으로 알려진 박진 의원 이 "G7을 넘어 G5를 지향하는 ‘매력있는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해 교집합이 생겨버렸다.
그 외에도 줄줄이 나오는 일자리 창출, 코로나19 등 해결책들도 내용만 보면 어떤 후보의 공약인지 영 구분이 힘들다.
국민들이 뽑아줄 것만 같은 공약에 매몰되기 보단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지에 초점을 맞추면 답은 더 선명해질 것 같다. 유권자들은 공약보단 인지도에 더 쏠린다는 정설도 있다. 하지만 현 시대 국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