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자본시장 디커플링 가속화…중국 기업 미국 IPO 1년 4개월 만에 ‘제로’

입력 2021-09-05 13:34수정 2021-09-0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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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50개사 상장 준비, 단 한 곳도 SEC 승인 못 받아
중국, 베이징 증권거래소 신설 등 본토·홍콩서 자금 조달 압박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자금 운용 리스크 커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월가를 나타내는 도로 표지판이 걸려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자본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속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공개(IPO) 건수가 7월 1건에 그친 데 이어 8월은 1년 4개월 만에 단 한 건도 없었다고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상반기에는 자금조달액과 건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7월 상순 시점에 최소 약 50개사가 미국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얻지 못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앞으로 디커플링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SEC는 중국 기업 IPO에 대해 지난달 새로운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의 관행이었던 변동지분실체(VIE) 활용 여부나 중국 정부의 사업 방해 위험 가능성 등에 대해 더 세부적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VIE는 중국 기술기업들이 자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 제한을 피하고자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세울 때 자주 활용하던 방식이다.

미국 상장을 계획하는 한 중국 호텔 운영업체는 8월 말 IPO 안내서를 다시 제출, 중국 정부가 사업에 미칠 가능성을 설명했다.

SEC는 기존 상장사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기업은 미국의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감사를 거부했지만, 앞으로는 감사를 받지 않으면 이르면 2024년 상장 폐지된다. 그동안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은 감사를 거부해도 되는 등 사실상 특혜를 받아왔다. 유력한 중국 기업 상장 유치로 월가 금융기관들이 고액의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어서 당국이 이를 묵인해왔다. 그러나 미·중 대립 격화와 일부 중국 업체의 회계 부정으로 특별 대우는 어려워지게 됐다.

한편 중국 정부는 2일 베이징 증권거래소 신설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가 아니라 본토와 홍콩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새로운 압박이라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신설되는 베이징 거래소는 상장 심사 장애물을 낮춰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더 용이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중 자본시장의 디커플링 속에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운용 리스크는 훨씬 커지게 됐다. 세계 유수의 기관투자자들은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서 빼놓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운용자산 총액으로 미국 2위 공적연금인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기금이 지난해 주식을 보유한 상위 10개사에 중국 양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그룹홀딩과 텐센트홀딩스가 포함됐다.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회장은 “중국 공산당이 통제를 중시하고 자국 기업에 대해 국내에서의 자본 조달을 강제하려 한다”며 “많은 외국 자본이 이렇게 규제가 빡빡한 환경에서 존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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