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재집권 직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았던 것과 달리 여성의 취업이나 사회활동을 대부분 제한시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여대생의 복장과 수업 방식 등을 규제하는 교육 규정까지 발표했다.
6일 AF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교육 당국은 지난 4일 새롭게 마련한 규정을 기반으로 아프간 사립 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은 아바야를 입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다.
이슬람권에서 여성들이 입는 아바야는 얼굴을 제외하고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긴 통옷이다. 니캅은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린다.
이 같은 법령은 탈레반의 아프간 첫 통치가 끝난 2001년 이후 급증한 사립 대학들에 적용된다.
수업은 남녀 학생을 구분해 진행하도록 규정했다. 모든 대학교의 강의실에서는 최소한 커튼을 쳐 남녀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 또 여학생들은 여성 교원에게서만 수업을 받아야 하고, 여성 교원 확보가 어려운 경우 교단에 섰던 경력이 있는 노인 남성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여학생들은 수업 후 남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기 전까지 교실에 머물러야 한다. 남녀 출입구도 분리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교육규정이 최악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AFP는 과거 여성들이 고등 교육을 받지 못하도록 막았던 탈레반이 여성들이 학교나 대학에 가도록 허용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현지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아프간의 현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여성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프간의 한 대학 교수는 “탈레반이 발표한 내용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계획이다”며 “우리는 충분한 여성 교원이나 교실 공간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탈레반의 이러한 조치에 현지 여성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탈레반이 과거 집권기(1996~2001년)에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앞세워 자행한 여성 탄압이 재연되고 있다는 공포감에서다.
당시 여성들에 대한 교육은 금지됐으며, 일할 기회도 박탈됐다.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없이는 외출할 수도 없었다.
이에 아프간 여성들은 수도 카불 대통령궁 인근에서 교육과 취업 기회, 자유 등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으나, 탈레반은 이들에게 최루탄을 쏘고 경고 사격을 하며 폭력으로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