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수입도 늘려 해상 운임 상승 유발
비료 원료 확보에도 적극 나서
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이 식량안보를 이유로 해외시장에서 옥수수 등의 수입을 급격히 늘리면서 올해 국제 상품시장에서 곡물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이 이러한 정책 강화는 농산물의 안정 생산에 필수적인 화학비료의 원료나 해상 수송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약 10년 전 미국산 옥수수 매입을 처음 발표한 이후 중국의 대미 옥수수 수입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세를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그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2020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인 20·21양곡연도에 중국의 옥수수 수입량이 26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3.4배나 폭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일본과 멕시코를 제치고 세계 최대 미국산 옥수수 수입국이 됐다.
원유나 금속 자원과는 달리 식량은 자국 소비가 중심이 돼 수출력 있는 국가는 한정돼 있다. 시바타 아키오 일본 자원·식량 문제 연구소 대표는 이를 ‘얇은 시장’이라고 표현한다. 미국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된 11억1541만 톤의 옥수수 가운데 수입량은 1억8421만 톤으로 17% 미만이다. 식용유나 사료 등 용도가 다양한 콩은 생산량의 45%를 수출할 수 있지만, 지금은 세계 교역량의 60%를 중국이 사들인다.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약 1억 톤으로 2010년의 두 배 이상이다. 옥수수마저 수입량을 한층 늘려나간다면 ‘얇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헤아릴 수 없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실제로 시카고 선물시장에서는 올여름 한때 옥수수 가격이 7년 10개월 만에 밀을 넘기도 했다. 이례적 가격 역전에 따른 시장의 동요가 점쳐진다.
스미토 글로벌리서치의 혼마 다카유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매입이 급증한 요인 중 하나로 장강 유역의 심각한 홍수 피해를 꼽았다. 그는 “중국이 시장 침체기에 쌓아뒀던 재고의 상당 부분을 못 쓰게 됐으며, 이상 기후로 곡물 수출을 중단하는 생산국도 생겨났다”며 “이에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중국이 적극적으로 곡물 매입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바타 대표는 구조적인 변화를 지적했다. 중국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물 부족도 심각해 농지 유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결국 건국 이후 유지해온 자급자족 정책을 바꾸게 된 것이다. 시바타는 “중국이 식량안보에 있어서 공급원이 국내인지 해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수입 증가는 국제 시세를 끌어올려 각국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중국은 미·중 마찰 속에서 거리가 먼 남미로부터의 수입량을 늘려 해상 운임이 급등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해운지수가 지난달 급등한 것은 중국이 델타 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대로 입항 규칙을 엄격하게 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농지나 식품·유통 기업 인수에 나서는가 하면, 농산물 생산성을 높이는 화학비료 원료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는 도미노처럼 다른 나라 농가로 이어졌다. 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는 5월 말 “6~10월 비료 가격을 지난해 11월~올해 5월 대비 대폭 인상한다”고 밝혔다. 곡물 가격의 상승으로 주요 산지의 수요가 왕성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수요에 염화칼륨 국제가격이 상승했다는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