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적용된 금소법 시행령은 금융상품 판매를 대리, 중개하는 사업자를 별도로 명명하고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는 24일 금소법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빅테크의 상품추천을 중개로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앞선 7일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가 금소법상 중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투자상품 추천 서비스 등을 단순한 광고 대행으로 보고 영업했지만 금융당국은 미등록 중개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판매 실적에 따른 수수료, 소비자가 계약체결 당사자를 플랫폼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2~3년동안 금융당국은 ‘금융혁신’이라는 명목으로 핀테크사 사업활동에 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며 “이들 핀테크사와 레거시 금융사는 업황뿐만 아니라 성장률까지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가 규제라는 암초를 만나 하반기 상장에 어려움이 예상되자 증권가에선 레거시 금융사의 반사이익을 예상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 기조가 소비자보호 중심으로 바뀐다면 기존 대형은행의 프랜차이즈 가치는 크게 올라갈 것”이라라며 “기존 대형금융지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금융산업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선 8월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9일 기준 10.18배를 나타냈다. PBR은 주가와 한 주당 순자산을 비교해 나타낸 비율로 PBR이 1이라면 특정 시점의 주가와 기업의 1주당 순자산이 같은 경우이며 이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 기업의 자산가치가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카카오페이의 PBR은 DGB금융지주(0.30배), BNK금융지주(0.28배), 상상인(0.73배), 제주은행(0.41배), JB금융지주(0.40배), 하나금융지주(0.40배), 신한지주(0.44배), KB금융(0.45배), 기업은행(0.29배), 우리금융지주(0.32배) 등 레거시 금융사들이 1.0배 미만인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그동안 레거시 금융사는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사에 대한 정부의 금융정책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이 제공하는 선불충전금 방식의 결제를 후불결제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한 사례의 경우 “사실상 여신업 허용”이라는 여신금융 업계의 비난을 받았다.
관련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금융위원회가 앞선 상반기 네이버파이낸셜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특례를 부여하며 4월부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억울함을 호소한 이유는 카드사는 여신금융업법을 적용받지만 페이사는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카드사는 오프라인 소상공인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결제 수수료 수익 마진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전금법에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결제 수수료를 감면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혁신이라는 포장 아래 당국이 핀테크사들의 성장을 키웠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각 금융업계가 형평성에 맞는 선상에서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독려야 하는 게 당국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물론 핀테크업계도 할말이 없는 건 아니다. 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모든 핀테크사들이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대형사는 아니고 기존 금융사들과 비교했을 때도 영업규모 격차가 크다”며 “핀테크업계 전반은 여전히 혁신금융을 기반한 성장 독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페이는 앞선 8일 금소법 위반 논란에 대해 “금융위 발표에 맞춰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추가로 보완할 부분이 있을지 적극 검토해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