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HSCEI)가 폭락하면서 홍콩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기상환 실패에 이어 추가 하락 시 원금손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분간 홍콩H지수 기반 ELS 투자금은 묶여있을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중국 정부발 규제 리스크로 급락한 홍콩H지수가 낙폭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전일 9,386.84포인트 마감했는데, 지난 2월 최고 12,271.6포인트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19.8% 하락했다. 지난달 8월에는 8,644.64포인트까지 떨어지며 고점 대비 29.5% 내리기도 했다.
홍콩H지수가 급락하자 해외지수형 ELS 투자자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기초자산 2개 이상 ELS 중 홍콩H지수가 포함된 상품에선 유로스톡스50-홍콩H지수 ELS 2개, 홍콩H지수-코스피 200지수 ELS 1개가 상환됐다. 지난 5월부터 기초자산 1개로 이뤄진 지수형 ELS 상환 기록 중 홍콩H지수 기반 상품은 하나도 없었다.
지수형 ELS는 특정 지수 가격의 상·하한선을 미리 정한 뒤 정해진 기간 주가지수가 해당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파생상품이다. 예로 홍콩H지수가 3년 동안 상한선 이상 주가를 유지하면 수익을 얻고, 최초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나는 구조다.
ELS 기초자산은 변동성이 클수록 위험프리미엄(쿠폰 수익률)이 높다. 여기에 급락 가능성은 작아야 투자자 수요가 몰린다. 통상 운용 기간은 2~3년인데,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형 조건이 붙은 ELS는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만기 이전에 상환이 가능하다. ELS 투자자들은 조기 상환된 자금을 새로운 ELS에 투자하며 뭉칫돈을 굴리곤 한다.
최근 홍콩H지수가 폭락하자 관련 지난달부터 조기 상환에 실패한 물량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에 발행된 홍콩H지수 관련 1조4800억 원 물량 중 약 8000억 원가량이 조기상환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금이 상환되지 않고 ELS 발행 잔고로 잠기는 셈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에 발행된 홍콩H지수 관련 ELS 중 1월 12일 이전 발행 물량은 대부분 조기 상환됐지만, 이후 발행된 물량의 조기 상환은 부진하다”며 “9월, 10월에도 홍콩H지수 관련 물량이 각각 2조400억 원, 3조1600억 원이 존재하는데 10,500포인트를 넘어서야 조기상환 요건이 되기 때문에 당분간 홍콩H지수 관련 물량은 시장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실장도 “ELS 시장 대부분이 지수형 상품이다. 홍콩H지수가 무너지면 국내 지수형 ELS 수급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