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의 핵심성분 '중희토류' 사용량을 기존 대비 60%가량 줄여
LG이노텍이 마그넷 전문 기업 성림첨단산업과 공동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력을 가진 ‘친환경 마그넷(magnetㆍ자석)’ 개발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개발로 LG이노텍은 중국, 일본 주도의 마그넷 업계에서 시장 공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친환경 마그넷’은 희소가치가 높은 중(重)희토류 사용을 최소화한 자석으로, 차량 모터, 스마트폰용 카메라, 오디오 스피커, 풍력 발전기 등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다. 구동이 필요한 제품에 장착돼 자석의 밀고 당기는 힘으로 동력을 제공한다.
이 제품은 자석의 핵심성분인 중희토류 사용량을 기존 대비 60%가량 크게 줄였다. 중희토류의 공급 부족, 높은 가격, 환경오염 문제로 대안 찾기에 고심하던 업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희토류 대부분을 중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어서, 공급 부족에 따른 완성차 및 차량부품 업체들의 생산 중단 리스크도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중희토류는 생산과정에서 방사성 물질, 중금속, 독성가스, 산성폐수 등을 대량 발생시키기 때문에, 중희토류 사용을 최소화한 건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친환경 마그넷’을 차량용 조향 모터에 적용하면 모터의 출력은 높이면서도 크기가 줄어 경량화에 유리하다. 배터리 무게 증가로 전비(전기차의 연비) 향상을 위한 경량화가 시급한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 등에 적합하다.
‘친환경 마그넷’을 고화소 스마트폰용 카메라에 장착하면 액추에이터(초점을 맞추기 위해 렌즈를 움직이는 부품) 구동력을 높여 깨끗하고 선명한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 사양이 높아지며 고화질 촬영을 위한 렌즈 크기와 무게가 증가해 액추에이터용 자석 역시 성능 향상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마그넷 분야에선 일본과 중국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특히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중희토류를 전략 무기화하는 추세다.
LG이노텍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부터 중희토류를 줄인 ‘친환경 마그넷’ 개발에 본격 돌입했고, 2019년부터는 업계 최고 성능 확보에 주력해 왔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 중 ‘중희토류 저감 기술’을 보유한 성림첨단산업과도 힘을 합쳤다.
두 기업은 신규 화합물을 첨가해 중희토류를 적게 사용하면서도 다양한 제품과 온도 범위에서 최고의 자력을 낼 수 있는 친환경 마그넷용 코팅액을 개발하고, 코팅액에 최적화한 새로운 자석 소재를 확보했다.
특히 기존 개발방식으로는 일본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해 머신러닝 방식의 시뮬레이션 기법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LG이노텍은 차량용 조향 모터, 스마트폰 액추에이터 등 자사 제품에 ‘친환경 마그넷’을 적용해 차별화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완성차 및 차량부품 기업, 스마트폰 제조 기업 대상의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적용 분야도 에어컨, 냉장고, 드론, 도심형 플라잉카, 발전기 등으로 빠르게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LG이노텍은 마그넷 기술 선도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희토류를 아예 넣지 않은 ‘무희토류 마그넷’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강민석 CTO(부사장)는 “혁신기술로 핵심소재를 단기간에 개발해 최고의 성능과 품질을 갖춘 제품을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며, “‘친환경 마그넷’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지속해서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